대학 주변지역은 대학의 연장선이며, 지역사회와 대학.지역문화가 만나고 교류하는 공간적 상징성을 갖는 곳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건전한 학풍과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환경정화 차원에서 정비가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대학은 양적팽창을 거듭해 왔다.
특히 경산시에는 대학인력의 주 공급원인 대구광역시와 인접하여 양호한 교통수단과 낮은 땅값으로 많은 대학이 확장을 위해 이전.신설해 현재 13개 대학에 12만6천여명의 전국 최대의 대학도시가 됐다.
캠브리지.하버드대 등 대학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서는 대학과 지역이 공동체로서 성장, 발달했다.
이와는 달리 경산 소재 대학들은 대학시설 확장 수단으로 지역의 공간구조와는 관계없이 황량한 벌판이나 산허리에 개별적으로 분산 입지한 '나홀로 대학'들이 많다.
이처럼 대학들이 분산돼 세워지면서 도로.상하수도 건설 등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재정수요를 증대시켜 왔다.
대학촌의 기반시설이 미비하고 대부분 자연촌락 주변에 위치해 주거환경도 불량하다.
옥외 여가.문화공간이나 공공시설이 거의 없다.
소비업종 중심의 일부 상업시설만이 있을 뿐 대학생들이 캠퍼스 밖에서 생활하기 위한 시설이나 공간의 양적 부족은 물론 질적수준도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대학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져 고작 노선버스 1,2대가 다닐 정도고, 그나마 배차 간격이 넓어 이용하기 불편하다.
대경대에서 만난 컴퓨터통신계열의 백모(20)양은 "대학이 외진 곳에 있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서 다시 스쿨버스를 갈아타고 등교하는데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매일 5시간 이상을 걸거리에서 허비하는데 따른 시간과 경제적 낭비가 많다"고 말했다.
신설대학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등.하교시 통학버스가 각 2회씩 운행하는 상황에서 시내버스도 하루종일 4차례만 다녀 엄청 불편하다.
학교에 오면 교외로 나갈 수 없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루 종일 캠퍼스내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아시아대 박주환(20)씨의 말이다.
이 때문에 대학측에서는 기숙사 및 스쿨버스 운행 등에 따른 '가욋돈'이 늘어나고 이는 등록금 인상이나 학교시설 투자 등 다른 투자에 저해요인이 된다.
대학생들은 소속 대학의 독특한 대학문화를 형성하지 못하는 등 각종 문제점과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몇년전부터 대학간 치열한 신입생 유치 경쟁 때문에 원룸형 기숙사 제공과 스쿨버스의 증차 등은 필수항목(?)이 됐다.
대부분의 신설대학에서는 학교 주변이나 영남대.대구미래대 주변 원룸촌 몇동씩을 임대해 교외기숙사로 활용한다.
또 10~30대의 관광버스를 임차해 셔틀버스로 활용, 하루에 30~80회 정도 운행한다.
현재 경산대, 대경대, 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 등에서는 대구는 물론 영천, 포항, 울산, 밀양 등까지 운행한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금요일 오후 서울.의정부, 제천.원주.강릉까지 학생들을 '모시고' 갔다가 일요일 오후 학교로 되돌아 오기도 한다.
스쿨버스 운영에 매달 수천만~1억원 이상의 경비가 지출된다.
한 신설대학 관계자는 "학생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학생유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기숙사 제공과 스쿨버스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외곽지에 위치한 신설대학 주변에는 학생들이 먹고 마시고 즐길 공간조차 없다.
그들 학교만의 독특한 풍속도나 교풍이 생겨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올해 개교한 아시아대(경산시 여천동 산76)와 대구외국어대(남천면 협석리 산52-4)는 정원이 각 230명과 130명인 소규모 대학이다.
이 대학 학생들은 "학과별로 수강인원이 20~10명 미만으로 맞춤형 개별수업이 가능하고, 학교 구성원들도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 학교에는 잔디밭이나 운동장이 없거나 있어도 정리가 안 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다.
"학교에 편의시설이 없어 강의가 없을 때 마땅히 쉴 곳조차 없다.
동아리활동도 못하고 있어 고교시절 동경해 왔던 대학가 낭만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아시아대 김민규(22.경찰행정학과1년)씨. 그의 말은 신생대학 교육여건의 현주소인 셈이다.
지난 91년과 95년 개교한 대경대와 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도 학생들이 학교주변에서 대학문화를 즐길 만한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기껏해야 식당과 PC방, 슈퍼마켓 1, 2곳 정도에 불과하다.
경북외국어테크노대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윤경(21.여)씨는 "대학시절 낭만을 즐기고 싶어도, 친구들과 모임을 갖고 싶어도 학교 주변에는 갈만한 곳이 없다.
이 때문에 경산시장이나 영남대 주변으로 갔다가 기숙사 입실시간(밤 11시)에 맞춰 오는 학생들로 매일밤 기숙사 앞은 택시들로 학교길이 복잡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 신설대학들은 학생들의 여가선용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교내에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식당이나 매점은 기본이고 당구장, 시네마룸, 체력단련실 등이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구색을 갖춘 영남대 주변이나 하양읍으로 나가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즐기지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 시설물들은 기피한다.
대구대 김남선 교수(지역사회개발 전공)는 "경산소재 대학들이 입지여건이나 교류 마인드, 교통 접근성 등의 문제로 대학촌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시너지 효과를 높일 인프라 구축도 미비한 실정"이라 지적했다.
그는 "각 대학들이 특성화를 통해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대학의 교육프로그램이나 시설물 등이 지역민들의 평생교육장 역할을 할 때 지역사회와 대학이 상생(相生)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지 대학수나 대학구성원 숫자로 학원연구도시가 아닌 개별적인 현재의 대학과 대학간, 지역사회와 대학간의 상호 기능적 연대를 강화하고, 상호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