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때우기 봉사는 싫어요

입력 2003-05-24 09:20:12

"봉사활동 체험을 통해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 못지않게 학교 수업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배워 갑니다".

경산중학교 3학년생 13학급 442명은 지난 14일 경산.대구.포항의 9개 사회복지시설에서 체험한 봉사활동이 어떤 배움과 경험보다 의미있고 값진 시간을 보낸 듯 흡족해 했다.

"학교에서의 봉사활동들이 형식적이고 점수따기 위한 시간 채우기 측면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비교육적 봉사활동 대신 봉사활동의 근본 취지를 살리고,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봉사활동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을 마련한 박호석 인성교육부장의 말이다.

정원기 교장은 "봉사활동 체험학습의 날을 학생들 스스로 참여하고 동참하는 활동이 되도록 했다.

또한 장애인들이나 노인들과 생활하면서 스스로 어려움도, 불편함도, 정상인으로서 다행함 등등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하는 시간이 되도록 주문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할 3학년은 물론 1,2학년생들도 학급회의를 통해 '동참'을 위해 복지시설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모았다.

60명이 넘는 교사들도 함께 했다.

이렇게 해 모은 헌옷가지, 운동화, 칫솔, 치약, 책, 장난감, 기저귀 등 물품들이 교실 한칸 정도가 될 정도였다.

시설별로 필요한 것들을 골고루 나눠줬다.

학부모들도 취지에 공감하며 두 가마 분의 떡과 음료수 등을 전했다.

중증장애인요양시설 루도비꼬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한 신재용(16)군은 "처음에는 지저분하고 이상한 행동을 할 것 같아 찝찝했었다.

함께 어울려 보니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정병연(16)군은 "잡초뽑기와 목욕시키기, 종이가방 만들기 등 처음해보는 일이라 힘들었지만 오히려 서로 도와가며 생활하는 등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하루였다"고 말했다.

중증복합장애인 시설인 성락원에서 활동한 김경남(16)군은 "신체는 불편해도 정신은 건강했다"고 말했다.

성열홍(16)군도 "시간 때우기 봉사활동보다 의미있고 보람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10대에서 20대 후반까지 자폐.정신지체장애인들이 사회적응을 위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활동을 계기로 지속적인 봉사활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정 교장은 "이번 활동을 전교생들에게 방송을 통해 전달했더니 반응이 너무 좋아 앞으로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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