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이대로 주저앉고 마는가·'
최근 지하철 참사 등 일련의 사태를 지켜 본 지역민들은 하나같이 '대구의 몰락'을 우려하고 있다.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지도 3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희생자들의 합동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구시의원의 기술직 공무원 부정부패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모두들 앞이 보이질 않는다고들 한다.
심지어 '대구는 희망이 없는 도시'라며 자조하는 말까지 들린다.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대구시는 국면전환을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다.
이 때문인지 대구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외지인들은 대구사람들과 혼인조차 않으려고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왜 이지경이 됐나.
대구 이대로 주저앉는가
우리가 위천국가공단 건립에 매달린 10년 사이 대구보다 시세가 작았거나 대구와 비교되는 타 지역 도시들은 성큼 대구를 추월해버렸다.
3대 도시를 자부하던 대구가 4대 도시마저 위협받는 지경이 돼버린 것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의 희생자들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의 희생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관행과 우상들을 털어버리고 일어서야 한다.
어떤 이들은 대구의 침체와 낙후를 후진적인 정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래 30여년동안 권력의 주체로 안주하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익숙해진 '끼리끼리 문화'의 타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외곬으로 치닫게 되고 특정 정당 일색의 투표성향을 보이는 등 폐쇄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과연 이러한 선택이 옳았는가. 답은 '아니올시다'다.
호남의 몰표에 못잖은 70~80%에 이르는 특정정당 지지가 우리에게 준 것은 오히려 상실감과 허탈감 뿐이었다.
대구의 발전과도 거리가 멀었다.
이제 정치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을 때 지역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하는 비판도 높다.
지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나라당 일색인 지역 정치권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의정단상에 나아가 각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획일성을 강요하는 사회는 낙후되게 마련이다.
정치권에도 다양성이 인정될 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지역기업들도 청와대 등 정치권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구태를 벗어야 한다.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뼈저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관료사회도 마찬가지다.
청렴도 조사결과 최하위권을 기록한 대구시의 공무원들도 시의원에 대해 인격모독과 명예훼손을 내세우기 전에 자기 성찰과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도 의식을 바꿔야 한다.
남 탓 하기에 앞서 내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지는 않았는지, 외지인들에겐 무조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지는 않았는지,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제부터라도 바꿔야 한다.
U대회 발판 다시 도약을
한 지역원로는 사석에서 "대구 사회가 좀더 개방적인 사회로 나아가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2, 3류 도시로의 전락은 초읽기며 제 3의 지하철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배타성을 버리지 않고는 더 이상 대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지도층의 분발과 맹성을 촉구했다.
이젠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를 마련해야 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지그 지글러는 "우리의 손안에는 실패의 씨앗과 성공의 씨앗이 동시에 들어있다.
어떤 씨를 심을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이다"라며 스스로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제 우리는 성공의 씨앗을 심을 때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하철 참사도 어떤 형태로든 대구시민들이 슬기를 모아 수습해야 한다.
'다시 뛰는 대구, 함께하는 유니버시아드'라는 슬로건을 내건 U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8일엔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2003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성공 콘서트'가 열린다.
개최일까지는 문화행사 등 각종 이벤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계기로 아픔을 딛고 다시 도약하는 대구가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홍석봉〈정치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