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방사광가속기

입력 2003-05-23 09:45:35

정부가 핵폐기물처리장과 연계시키면서 양성자가속기 대구 유치가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나 경제적 부가가치 때문에 쉽게 유치를 포기할 수도 없어 유치기관이 선정되는 7월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7년간의 건설기간 끝에 1995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포항방사광가속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주요 연구성과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양성자가속기와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본다.

◇방사광가속기란=포항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방사광 즉 빛을 만들어내는 '빛공장'이다.

전자를 광속으로 가속시킬 때 발생하는 매우 밝은 빛(방사광)을 이용하여 물질의 구성성분과 구조를 규명하는 최첨단 장치이다.

미국, 프랑스 등에 이은 세계에서 5번째로 건설된 제3세대 방사광가속기로 작년에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속장치의 신뢰도인 빔제공률 93.5%를 달성해 외국가속기와 대등하다.

방사광은 이미 선진국에서 기초과학 분야의 필수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상태다.

이 방사광은 일반 의학용 X-선보다 백만 배 이상 강도가 높아 살아있는 모기의 무릎마디 단면 관찰에서부터 단백질 분자들의 결정구조 해석에 이르기까지 재료과학, 의학, 생물학, 화학, 물리, 그리고 환경과학 등 순수 및 응용과학분야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차이점은=방사광가속기는 양성자가속기와는 다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시켜 나오는 빛을 이용하는 장치인 반면 양성자가속기는 양성자를 가속시킬 때 나오는 양성자와 그때 발생하는 중성자를 이용한다.

양성자는 전자보다 질량이 2,000배 정도 크기 때문에 가속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건설 예산도 방사광가속기의 10배 정도 더 든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백성기 소장은 "기본적으로 가속원리는 같습니다.

응용분야도 유사한 분야가 많아 서로 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양성자가속기가 대구에 유치된다면 시너지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포항방사광가속기 연구성과=선형가속기에서 가속된 전자를 저장링의 원형궤도 속에서 회전시켜 방사광을 발생시킨다.

이 방사광을 실험목적에 맞도록 방사광의 성질을 조절하여 실험장치가 있는 곳까지 전달해주는 부분이 빔라인. 현재 17기의 빔라인이 가동중이다.

2기는 시험중이고 건설중인 빔라인은 모두 9개. 2008년까지는 모두 40기의 빔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2002년의 경우 외부에서 1천200명이 이 빔라인을 이용해 310과제(이중 4%는 외국서 이용)의 실험을 수행,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위염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가 위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규명,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포항공대 오병하 교수는 가속기를 이용해 알아낸 단백질의 3차원 구조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2001년엔 광통신에 쓰이는 반도체 소자의 불량률을 70%에서 10%로 낮추었고 2002년엔 포항공대 김진곤 교수가 특정온도에서만 나노구조를 갖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 생명공학기술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연구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전의 바이오벤처업체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황광연 박사는 뇌에 존재하는 치매관련 효소의 구조를 규명했고 포항공대 조윤제 교수는 종양억제단백질의 구조규명으로 항암제개발에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백성기 소장은 "특별히 네이처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포항방사광가속기에서 수행한 실험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어 우리도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앞으로의 과제="늘어나는 생명공학기술과 나노기술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정밀 빔라인을 건설하고 빔 안정도 향상을 위한 진단장치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백 소장은 내년엔 340과제에 1천400명의 실험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기초과학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국가 중요기반설비중의 하나인 가속기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이해가 아쉽다"며 "특히 생명공학기술(BT)과 나노기술(NT) 연구자들이 실험에 포항방사광가속기를 많이 이용해 줄 것"을 바랐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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