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동네 목욕탕에 종종 혼자 목욕하러 오는 초등학교 4,5학년정도 되어보이는 학생이 있다.
이 아이는 자기가 사용한 의자와 세면기를 깨끗하게 씻어서 원래 놓여진 위치에 가지런하게 정리해놓고 물수건도 바구니에 담아놓고 나가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어른들도 사용한 물품들을 여기저기 내버려두고 그냥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아이가 오면 눈여겨 지켜보곤 했다.
그 아이는 늘 혼자 오는데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자녀 교육 잘 시켰구나'하고 생각하곤 했다.
이 목욕탕에서 얼마전 또다른 아름답고 흐뭇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날따라 목욕탕 안은 꽤 붐비고 있었다.
내가 거의 목욕을 다 마쳐갈 무렵 목욕탕 중앙부의 욕조 옆에서 칠순이 다되어 보이는 할아버지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들, 그리고 초교 6학년 남자아이가 열심히 씻고 있었다.
할아버지를 가운데 의자에 앉히고 아들은 할아버지의 다리를, 손자는 할아버지의 팔을 씻겨드리고 있었다.
그 아들과 손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는 내내 웃어가면서 많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얼굴하나 찡그리지 않고 묵묵히 할아버지를 씻겨드리는 그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그 보기좋은 모습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내내 지켜보았다.
별도의 효에 대한 교육이 필요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다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이 사회는 부모를 공경할 줄 아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뇌리에는 목욕탕의 그 아름다운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박형달(대구시 범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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