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항상 선두...1호차 아저씨

입력 2003-05-22 15:44:25

대구 수성 모범운전자회장 이상훈(46)씨. 몇달 전 생일 때 뜻밖의 선물을 받고 놀랐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이수나(23.여.선명요육원)씨가 1천개의 조각을 맞춰 만든 대형 모자이크 그림이었다.

"성한 사람이 만들어도 3, 4일은 걸린다는데 몸이 그렇게 불편한 아이가 어떻게 이걸 만들었을까 싶어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늘 엎드려서밖에 살 수 없는 수나는 그렇게 엎드려 순전히 입으로 조각을 맞췄다고 합니다.

꼬박 일주일이나 걸렸다고요". 함께 들어 있는 수나씨의 조각 짜맞추는 모습 사진때문에 이씨는 지금도 "액자 안에 수나가 들어있는 듯 혼동을 일으킨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7년 전. 이씨가 자신의 택시로 장애인을 태워 날라 주는 봉사를 시작한 뒤였다.

수나씨를 위해서도 요육원의 야유회나 행사 때마다 핸들을 잡았다.

수나씨는 그런 일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이씨가 작년 어린이날 교통정리를 맡았다가 쓰러져 입원했을 때는 휠체어를 몰고 문병을 오기까지 했다.

그때부터 수나씨가 친딸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씨가 '봉사'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은 회사 택시 기사로 일하던 1984년이라고 했다.

모범운전자가 돼 관련 모임에 가입하면서 시작한 교통정리가 첫 봉사였다.

그러나 장애인 이동 봉사의 보람은 그 두 배나 된다고 했다.

"얼굴도 모른 채 후원금이나 보내기보다는 직접 몸으로 봉사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지요".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면서 그에게는 '1호차 아저씨'라는 별명도 붙었다.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홀몸노인을 태우고 모범운전자 동료들과 길을 떠날 때면 늘 맨 앞에서 지휘하기 때문.

"장애가 심한 아이들은 버스에 태우기 어려워 택시에 눕혀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택시에 탄 아이들이 몸부림 치는 것을 보고 처음엔 놀라기도 했습니다.

불편해 그러는가 싶어서였지요. 알고보니 오랜만의 바깥 나들이가 좋아서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곧잘 멀미를 해 토할 때도 당황해 했었지만 이제는 눈빛만 봐도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이씨는 웃었다.

이씨는 다음달 2일 발대식을 갖기로 한 '대구 곰두리 봉사회' 차량봉사단 단장도 맡기로 했다.

장애인 행사 때 수송을 지원하고 노인들이 병원 갈 때도 모셔드릴 예정. "수나처럼 아름다운 아이들을 만나 평생 간직할 선물을 받게 된 인연도 모두 봉사를 통해 맺어졌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그만둘 수 있겠습니까?"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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