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발식 음주 단속 지역선 곳곳 계속

입력 2003-05-22 11:58:48

음주운전 단속 방법이 정말 바뀌었나, 아니면 더 강화됐나?

경찰의 관련 방침이 바뀐 뒤 시민들이 헛갈려 하고 있다.

발표만 봐서는 도로를 막고 무차별적으로 하는 단속이 없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같은 '통발단속'이 지금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

경찰청은 지난달 23일 '국민 불편 없는 음주운전 단속 지침'을 전국 경찰에 통보, 길을 완전히 막고 통발식으로 모든 통과 자동차 운전자를 검문.단속하는 형태를 지양키로 했다고 발표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발표 후 시민들 사이에서는 단속이 완화된 것으로 간주해 술을 마시고도 운전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 15일 밤 11시쯤 대구 들안길 한 횟집 종업원 서모(33)씨는 "대리운전을 권했지만 소주를 한 병 정도씩 마신 손님은 직접 차를 몰고 갔다"며 "어느 정도 술을 마시고도 스스로 운전해 가는 손님이 늘었다"고 했다.

대구 상동 ㅇ일식집 이모(39.여)씨는 "전엔 손님들이 소주를 조금만 마셔도 대리운전을 불러달라고 했으나 지금은 대리운전을 부르는 경우가 반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인근 ㄱ한정식집 최모(43)씨는 "대로 앞까지만 대신 운전해 달라고 종업원들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골목만 벗어나면 음주단속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 범물동 ㅈ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손님이 하루 평균 20~30명 줄어 매출도 20% 정도 감소했다"며 "몇몇 업체 경우 직원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이런 방심과는 달리 실제 대구시내에서는 통발식 단속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성경찰서 경우 두산오거리, 무열로, 우방 본사 앞, 두산 테니스장, 대륜고, 대구과학고 등 인근에서 전면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새 지침과 관련해 경찰청이 '시간대.장소 등을 고려해 각 지방경찰청이 별도 계획을 수립.시행 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둬 전면 단속의 여지를 만들어 둠으로써 각 경찰서도 두 가지 음주단속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만 해도 대로에서는 전면단속을 하지만 범물동 속칭 '여관골목' '카페골목', 상동시장 일방도로 등에서는 선별 단속을 한다는 것.

또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교통 불편을 이유로 전면단속을 없앤 것은 서울 중심의 정책"이라며, "대구에서는 심야 시간대 통행량이 적어 서울과는 사정이 다르고 도로 전부를 막지 않고서는 단속 자체가 힘들다"고도 했다.

나아가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음주측정기를 전에는 경찰서별로 배정했으나 지난 주부터는 대구시내 113개 파출소에 한 개씩 모두 배정하는 등 오히려 음주단속 수단이 보강됐다"고도 했다.

한편 포항북부경찰서의 경우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도심 3곳에서 매일 밤 11시부터 4시간씩 실시한 음주단속에서 무려 156명이 적발됐다.

매년 주말과 일요일은 단속결과 음주운전자가 매우 적었으나 지난 18.19일 이틀간 40명이 적발됐고 21.22일에는 각각 31명, 33명이 적발됐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음주단속 적발자수 73명보다 2배가 넘는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단속을 강화해도 음주 운전자가 계속 늘고 있어 곤혹스럽다"며 "여전히 시민 상당수가 단속을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병고.최두성.박진홍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