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첩-거대유모성 모반

입력 2003-05-22 09:46:18

"안녕하세요? 저 OO이에요. 고3이 끝나고 제가 가고픈 대학에 들어가서 너무 기뻤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더 큰 선물을 해주신 것 같아요. 이쁘게 신경써서 수술해 주셨잖아요. 제가 선생님께 받은 기쁨만큼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성실한 스튜어디스 될게요. 정말 감사…".

ㄱ양과의 첫 만남은 7년 전의 일이다.

어머니와 함께 진료실을 찾아 온 소녀는 이마와 눈썹부위에 시커먼 점을 갖고 있었다.

10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의 선천성 거대유모성 모반(털이 난 검정색의 큰점)이었다.

이 모반은 사춘기가 되면서 점점 커지고 뚜렷해진다.

아주 드물지만 피부암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보통 점의 치료는 크게 어려운게 아니지만 이렇게 눈에 잘띄는 큰 점은 수술로 치료하는게 일반적이다.

이때 보기싫은 흉터가 생길 수도 있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ㄱ양도 아가씨가 돼가면서 점점 더 걱정이 커졌다.

절제수술과 레이저를 병행하는 성형외과 치료는 때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환자의 세심한 주의와 성의도 필수적이다.

이 학생은 방학 때마다 치료를 받았는데, 먼 곳에서 혼자 버스를 타고 병원에 왔다가곤해 여간 장하지 않았다.

오랜 성형외과 치료가 ㄱ양에게 괴로운 기억을 주고 소심하게 만든게 아니라, 어려운 일을 잘 극복한 좋은 경험을 준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고 행복했다.

성형외과 의사가 하는 일들은 모두를 똑같은 얼굴로 만드는 게 아니다.

또 모두를 비너스로 만들지는 못한다.

오히려 외모보다는 내면의 가치를 추구함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가 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용모 따위는 신경 안 쓰고 평생 성형외과에 한 번 가보지도 않고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자신을 아끼고 가꾸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얼굴은 더 행복한 모습을 띨 것이다.

성형수술 후에 훨씬 행복해지고 자신감을 가졌다면 변화된 모습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이보다는 혹시 내심 잘못될까 두려웠지만 인내 끝에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된 사실이 기쁨을 가져다 주진 않을까.

오늘날 현대의학의 지향점은 생노병사의 치료의학과 예방의학의 범위를 넘어 행복의학으로 가고 있다.

선천성 기형이나 외상 혹은 미용적 불균형이 교정을 필요할 때, 성형외과는 행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경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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