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예산 태부족 엄두 못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 환경 정비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거리벽화가 당국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대구 지산동 영남맨션.화성맨션의 담벼락. 높이 2m, 길이 250여m인 이 담벼락에는 코끼리.참새.나비 등 각종 동물들과 어린이들, 시원스런 여름바다 등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곳곳에 낙서 흔적과 흘러내린 흙 등으로 지저분했으며 담벼락에 걸친 나무를 타고 흘러내린 빗물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강태숙(53.여.대구 지산동)씨는 "1999년 겨울 공공근로자들이 추위에 떨어가며 그린 이 거리벽화가 처음에는 산뜻하고 보기 좋았지만 행정당국의 관리 소홀로 점점 지저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영남맨션 주민들이 아파트 도장 작업을 벌일 때 거리벽화에 자체적으로 덧칠을 할 계획도 세워보았지만 3천만원이나 드는 예산이 부담스러워 포기했다.
영남맨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구청이 거리벽화를 그려 놓기만 해놓고 관리는 나몰라라 한다"며 "3년뒤 아파트 재도장할 때는 단색으로 칠해 버릴 생각"이라고 했다.
감삼동 서남시장 맞은편 한 연사공장 담벼락의 거리벽화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높이 2m, 길이 100 여m에 달하는 이 담벼락에는 윷놀이, 널뛰기, 닭싸움 등 정감어린 민속놀이를 소재로 한 거리벽화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벽화 표면 곳곳이 뜯겼고 특히 부서진 보도 블록이 어지럽게 쌓여 벽화를 가로막고 있었다.
김영진(제일여상3)양은 "민속놀이 벽화가 친근감 있게 느껴지지만 너무 지저분해 보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경북대 미술대학 박남희 교수는 "거리벽화는 공공미술로의 역할이 크지만 대구에서는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계획되고 그려졌다"며 "앞으로는 벽화에 실명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대구 일원의 거리벽화들은 지자체들이 지난 2000년 공공근로자들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그러나 개.보수 등에 지자체들이 신경을 쓰지 않아 색상이 퇴색하거나 표면 덧칠이 벗겨지는 등 흉물스런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다.
거리벽화는 현재 전담 관리 부서도 없고 실태조차 파악이 안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관계자는 "전담부서가 없고 관련 예산.인력도 전혀 없어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향후 관리 문제로 대구시내 거리벽화들이 각 구청의 골칫거리가 될 것"라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