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입양은 자원봉사활동

입력 2003-05-21 11:39:38

누구나 자식을 보고 사랑스러움을 느끼지 않는 부모는 없다.

하루 쑥쑥 커가는 아들이 대견스러워 "너 크면 아빠 엄마 잘 모실거지?" 라고 물었더니, 잘 모시라는 것이 뭐냐고 되묻는다.

엄마 아빠가 경제활동을 중단하면 용돈도 주고 아프면 병원도 데려가란 뜻이라고 했더니 아이는 금세 사색이 되고 만다.

가타부타 답을 않던 아들이 며칠 후 자신이 다니는 외국인학교 친구들과 상의해 본 결과, 잘 모시라는 말은 일종의 '아동 학대'라는 것이었다.

아동학대에는 육체적, 성적, 정서적 학대 등이 있는데, 부모가 아들에게 노후보장을 강요하는 것은 정서적 학대라는 것이다.

놀라 자빠질 뻔했다.

물 밀듯이 밀려오는 선진문화 속에서 우리나라 아이들도 부모 모심을 아동학대라고 정의할 날이 머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외국인 남편이 80대 후반 노부모의 노후 걱정하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정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그 정도의 복지정책은 기본이라는 것이며, 아들에게 노후보장을 맡기는 것은 아동인권침해라는 결론이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심한 부담, 정서적 압박은 학대라고 공감하는 것이다.

일찍이 아들에게 나중에 의사나 변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다가 그것 또한 아동권리 침해라는 남편의 유권해석을 듣고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지 오래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친자식 육아를 '가장 행복한 자원봉사' 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결혼연령과 출산이 늦어지는 추세에, 60이 되어 은퇴할 때쯤 아이는 20대가 된다.

40대는 되어야 겨우 자리를 잡고 부모봉양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우리는 사망한 지 오래라는 것이다.

내 자식의 경제활동 즉 세금납부는 나 아닌 다음세대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이므로 육아는 '삶의 최대한의 기쁨을 주는 자원봉사활동'이라는 이야기다.

경제활동인구 한명 키워 사회에 내보내는 자원봉사활동이란다.

그러므로 동사무소에 동거인으로 등록하고 가정위탁보호를 하는 수양, 그리고 자신의 호적에 올리고 키우는 입양은 둘 다 두 말 할 나위없이 24시간 자원봉사활동일 뿐이라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18세가 되면 친자식도 독립하라고 쫓아낸다.

남편도 18세 이후 집을 쫓겨나 학비도 벌고 병이 나서 일을 할 수 없었을 때는 부모에게 돈을 빌려 나중에 6% 이자를 쳐서 갚았다.

국내입양활성화, 해외입양감소를 위해 우리도 수양, 입양을 공개적 자원봉사활동으로 보는 국민의식전환이 시급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몰매를 맞더라도 이런 의식전환을 시작해야한다.

무엇이든간에 시작은 있는 것이니까.

투표권이 없는 아동이 스스로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유엔은 아동권리협약을 제정, 여기에 전 세계 2개국 외에 모든 국가가 비준하였다.

협약은 곳곳에서 아동행복최우선 조건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서구에서는 아이를 버리지 않는다.

학대방임아동을 발굴하여 우선 수양가정으로 옮기고, 1주일 내에 경찰 법원 사회복지사 등의 관련자들이 모여 아동의 행복최우선조건을 협의한 후 1~3개월 내에는 수양 혹은 입양을 결정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 (Every child should live a family life). 내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다.

사회비용절감 방안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20조에는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아동에게는 대안으로 수양, 입양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영국은 1903년부터 고아원이 없어졌다.

너무 앞서 간다고들 하지만 누군가가 나서서 말하지 않으면 또 다른 100년이 흐른다.

이미 이익단체들로부터 갖가지 신변위협이 난무하지만 아동인권을 위해 5월만이라도 또 한번 외쳐본다.

버려지는 아이들에게 의식주만 해결해주면 다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던 영국 바나도스 단체는 몇십년후 연구조사결과 시설생활 아동들이 사회적응력이 떨어지고 땀흘려 일할 생각을 하지 않아 결국 우리의 세금부담 즉 사회비용으로 다가온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동을 가정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생산활동 즉 경제활동을 하는 부모를 보고 자라야 노동이 삶의 근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란다.

박영숙 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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