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 천재화가 이인성 예술혼 연극으로 부활

입력 2003-05-20 15:34:03

대구가 낳은 천재 화가 이인성의 예술혼이 연극으로 되살아난다.

대구 시립극단(감독 이상원)이 11회 정기공연작 '노을 앞에서'(가제)를 오는 11월 4일 이인성 사망 53주기를 맞아 공연한다.

이인성(1912~1950)은 한국 근대 화단의 귀재로 불린다.

흔히 한국의 고갱으로 비유되면서 원시성과 생명력이 넘치는 작품들로 20대에 이미 천재화가란 말을 들었다.

부인과 자식의 죽음 등 불꽃같은 예술가의 열정 이면에는 끊임없는 죽음의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결국 50년 11월 4일 전쟁 중 서울에서 은거하다 취중에 치안대원과 언쟁 중 피격돼 사망했다.

'노을 앞에서'는 그의 고뇌와 열정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다.

특히 인생 역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기 위해 키노 드라마 형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 단순히 연극에 삽입되는 배경으로의 영상이 아니라 배우 이상 가는 표현 수단으로서 영화가 결합된다.

무대의 배우와 영화 속 분신이 서로 대화를 나눌 정도. 비율도 최소 3(영화):7(연극)이다.

이상원(대구과학대 연극영상학과 교수) 감독은 "자칫 지루한 연대기로 흐를 소지가 커서 영화를 도입할 생각"이라며 "마지막 총에 맞아 죽는 장면 등을 감각적이며 역동적으로 보여 줄 것"이라고 했다.

지미 집(이동식 크레인 카메라) 등 장비를 동원해 대구의 옛 거리 모습을 찍는 등 연극 외에 한 편의 영화도 찍어야 되는 이중 작업. 별도의 영화 스태프를 구성해 곧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감독은 "뮤지컬적인 요소도 가미해 풍성한 느낌의 연극으로 이인성을 되살려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중 대본이 완성되면 촬영 헌팅과 캐스팅, 대본 수정 작업을 다각도로 해 나갈 계획이다.

대본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철욱(38)씨가 맡았다.

'노을 앞에서'는 지난 10일 공연된 '동화세탁소'에 이은 '대구 이야기' 시리즈의 하나. 대구 근세 인물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살다간 이인성을 통해 대구를 새롭게 보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11월 4일 대구시 이인성 미술상 시상식 이후 전시회, 리셉션을 거쳐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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