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애기는 어떻게 태어나?" "하느님께서 선물하셔서 태어나지" "치, 거짓말. 아빠하고 결혼해서 태어나는데…".
이처럼 대답이 쉽지 않은 질문에 엄마는 거짓말을 하고, 어린이는 정직하게 자신의 말을 계속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창의적 사고에는 어린이와 같은 모습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은 가식이나 거짓이 없고 정직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호기심을 숨기지 않고 묻고, 만져보고, 갖고 싶어한다.
어른들 같으면 규범, 도덕, 문화, 체면 등으로 이를 감추거나 억제한다.
거기다가 잘 해야 되겠다는 욕심이나 강박관념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꾸미고, 본뜨고, 베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은 자기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언제나 개방적이고 순수하다.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한 것을 사실 그대로 말하고 표현한다.
꾸미거나, 눈치보거나, 문화의 울타리에 속박되지 않는다.
어떤 유치원 교사는 화장실에 갔다가 한 남자 유아가 '선생님, 나 고추 있어요'하면서 바지를 벗어 보여 주는 것을 보고 놀라서 당황했다고 한다.
왜 당황해 하는가? 아이들의 감정은 순수한데 얼굴을 붉히고 당황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문화라는 가면으로 덮혀 있어 그만큼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어린이들의 정직성은 창의력의 밑거름이 된다.
시인이나 화가는 자기가 본 것을 정직하게 시나 그림으로 옮기며 작곡가, 소설가 등 창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 세계를 정직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표절이나 복사, 모방 등은 창작물로 취급해주지 않는다.
조선 중기 27세에 요절한 허난설헌이 드문 여류 천재 시인임에도 작품의 표절 시비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는 것은 창작의 정직성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가감없이 그대로 나타내도록 하는 습관을 길러주자. 그림을 그리거나, 글짓기를 하거나, 만들기를 하는 어린이에게 어른들이 사용하는 테크닉이나 방법들을 모방하게 한다면 시작한 지 며칠만에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몇 달도 못 가서 주저앉기 십상이다.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쓰지 않음만 못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자. 숙제를 할 때에도 자신의 생각이나 방법으로 하도록 하자. 잘 모르면 주변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물이나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처음부터 기교와 잔재주에 매달리다 보면 사고와 행동의 정직성이 무너져 창의력이 더 이상 자라나지 않는다.
이동원(대구시 교육청 초등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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