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포럼-노사분규와 한국의 미래

입력 2003-05-20 09:35:36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의 가장 큰 두 가지 목적을 든다면 첫째는 안보·외교적 측면에서 한미동맹관계를 강화하고 그 토대위에서 당면한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고, 둘째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것이다.

이번 방미결과를 평가해 볼 때 외교·안보적 측면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는 방미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이 미국 경제인들과 만나 한국의 투자환경이 좋으니 걱정말고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그 시간에 국내에서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부산항이 거의 마비되고 수출입화물이 제대로 수송되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형국이니 대통령이 아무리 한국의 투자환경이 좋다고 말한들 그 말을 믿을 외국 기업인이 어디 있을까? 한국에 투자하여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의 기업인들은 노 대통령에게 한국의 노사문제가 외국인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주 일본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1994년 우리 정부는 일본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투자유치설명회를 개최하였다.

그때 만난 어느 일본기업인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70년대에 마산수출자유지역에 입주하여 10년 이상 수백명의 한국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연간 수백만 달러의 수출을 하던 이 회사가 87년부터 불어닥친 노사분규에 휘말려 결국 공장문을 닫고 철수하고 말았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회사의 노동자들로부터 엄청난 수모와 고통을 당하였기 때문에 지금도 한국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린다고 하였다.

사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과격한 집단행동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불법적인 파업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 일터인 공장을 점거하여 기물을 파손하기도 하고 심지어 경영자들을 감금하거나 폭행하기도 한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파업노동자들의 모습이 TV를 통해 전세계에 비쳐질 때 어느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려고 하겠는가? 외국기업은 고사하고 국내기업들조차 임금상승과 노사분규 때문에 공장을 중국이나 동남아로 옮기고 있다.

우리와 인접해 있는 거대한 중국은 우리의 수십분의 1 수준의 저임금으로 많은 외국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직은 우리의 기술력이 중국에 비해 약간 앞서 있다는 점 때문에 수 십배의 비싼 임금수준에도 불구하고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있지만 수 년 후 중국의 기술력이 우리를 따라잡게 되면 우리나라는 무엇을 내세워 외국기업을 끌어들일 것인가?

우리 기업들이 노조의 요구대로 매년 10% 이상 임금을 인상해도 국제경쟁력을 계속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큰 착각이다.

과격한 노사분규의 결과 임금이 크게 오르고 복지수준이 향상되는 만큼 기업의 비용은 높아지게 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제품가격을 인상하거나 기술개발 등을 위한 투자를 축소하게 되어 결국 경쟁력저하를 초래한다.

그러면 그 기업은 궁극적으로 쓰러지든가 아니면 보다 임금이 싼 외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거기서 일하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또한 우리기업들이나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지 않게 되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배출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미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과격한 노사분규나 집단행동으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더라도 그것이 일시적으로 자신에게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결국은 자기자신이나 자식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금 나의 행동이 장래에 나 자신이나 자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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