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이 여성계의 숙원인 호주제(戶主制) 폐지 원년이 될 것인가. 여성계는 기대와 만감이 교차한다.
무엇보다 호주제 폐지 등을 포함한 민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이달 중 국회에서 발의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범정부 차원 호주제 폐지추진 특별기획단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여성계는 호주제 폐지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고 보고, 여론의 향배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여성계는 그동안 축적된 운동의 성과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나아가 국회의원 서명받기, 거리캠페인과 여론 조성 등 꼼꼼한 전략세우기와 함께 설득작업을 병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호주제를 우리 민족의 근간을 형성하는 법률구조로 보고 있는 대구향교 등 유림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지키는 사회윤리를 일부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폐지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호주제란=호주제는 가족단위로 국민을 편성한 호주 중심의 가족구성제도이다.
민법 제4편(친족편)을 통칭하며 그 절차법으로 호적법이 있다.
현행법 하에서 호주의 지위는 승계에 의해 종적으로 이뤄지며 승계순위는 아들-딸-친손자-친손녀-처-어머니- 며느리의 순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호주제는 남성우선적 호주 승계순위, 호적편제, 성씨 계승 등 핵심적인 여성차별조항 등으로 여성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나아가 가족구성원을 종적 관계로 고착시키고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민법상 부가입적 강제규정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이혼과 재혼 등의 다양한 현실의 가족형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독소조항이라는 것.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호적에 입적해야 하고 자녀도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해야한다.
또 아버지의 본(本)과 성(姓)을 따르도록 해 부계혈통을 우선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에서 준비중인 법안은 호주관련 규정 전면 삭제, 부가입적 강제규정 삭제, 이혼 후에도 생부 호적 입적 강제 조항 삭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주제 폐지 이후의 대안으로는 부부와 미혼자녀의 기록을 한 호적에 담는 '가족별 호적편제'와 개인별 신분등기제인 '1인1호적제'가 제시되고 있다.
◇지역 여성계 대응=대구여성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지역 여성계는 우선 중앙의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보조를 맞추면서 지역의 여론을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성계는 길거리 토론회와 순회캠페인, 지역 국회의원 호주제 폐지 서명받기 로비활동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글올리기 등의 사이버 운동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벌여나간다는 것. 이중 27일 서울에서 발족되는 호주제폐지시민연대 300인 로비단의 일원으로 대구.경북지역의 국회의원 로비스트는 안이정선 대구여성회 회장, 송서애경 대구경북여성연합 공동대표 등이 나선다.
또 21일, 22일부터 지역 대학 총여학생회와 함께 순회 캠페인에 들어가 젊은층의 호주제 폐지 여론부터 불을 댕길 계획이다.
안이정선 대구경북여성연합 상임대표는 "호주제는 가족간의 서열을 정하고 그동안 여성을 가족에서 제외시키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런 법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지역 유림 등에선 반발=여성단체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지역의 유림은 부계혈통주의는 수백년동안 내려오는 전통이며, 우리사회가 유지되는 근간이라는 입장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세대가 무너지고 연쇄적으로 가족제도가 흔들릴 경우 사회.문화적 파장과 부작용이 너무나 크게 다가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구향교 전병철 전교는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과연 어느정도 인지 궁금하다"며 "정부가 호주제 문제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사태추이에 따라 강력한 대응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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