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돈비족'

입력 2003-05-19 12:02:02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번지 점프'는 뉴질랜드 원주민의 성인식에 그 뿌리가 있다.

아프리카 문화권에서는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가 더 거칠다.

온 몸에 상처를 내거나 고통을 참는 의례를 거쳐야 어른이 된다.

독일.스위스는 지능-정신연령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에게 성인신고를 받아 허락하며, 프랑스에선 이와 대조적으로 15세 이상에겐 독립된 법률행위를 인정하고 결혼하면 나이와 관계없이 성인이다.

조선시대에는 남자가 15~20세에 이르면 천지신명께 어른으로 서약을 하고 처음 술을 마시며 주도(酒道)를 배우게 했다.

▲이 같이 성인식은 전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나 있었으며, '어른이 됐다'는 건 한 인격체로서 철이 들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체력.정신력.판단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성년 연령을 20세에서 19세로 낮췄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성인이 되는 데 따르는 고통이 취업.신용불량과 관련해 가중되는 모습이다.

오늘이 '성년의 날'이나 성인으로 인정받아 새 출발하는 마음들이 과연 어떨는지 궁금하다.

▲20대 실업 문제는 실로 심각하다.

지난 4월 현재 실업률은 7.2%로 전체 3.3%의 두 배가 넘으며, 실업자는 33만5천여명으로 전체의 44%에 이른다.

대학원 진학 등 취업 포기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10%가 훨씬 넘는다 한다.

경영자총연합회가 밝혔듯이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할 때마다 실업자가 7만여명 늘어난다면, 2~3% 포인트 내려갈 전망인 올해는 취직 자리가 15만~20만개 준다는 계산도 나온다.

▲신용불량자 문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월말 현재 카드빚 등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20대는 57만5천여명으로 전체의 5명 중 1명이라는 통계가 나왔으며, 취업한 경우마저 바로 '금융 전과자'가 되는 20대가 적지 않다 한다.

'자포자기형 소비'도 그래서 늘어나고 있으며, 팝송 'Don't worry. Be happy'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돈비족(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가 부모에게 얹혀 사는 '캥거루족'을 무색케 할 지경이다.

▲막 성인이 된 20대는 꿈에 부풀고 의욕에 불타는 시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100번 이상 취업에 실패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혹한 생활 여건이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현실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게다.

'가능하면 이민을 가겠다'는 20대가 무려 60%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보도도 있었지만, 도박하는 심정으로 고시촌에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떠올리더라도 애처롭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돈비족'과 '캥거루족'이 사라지고, 젊은 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날은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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