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개운찮은 '오페라하우스'

입력 2003-05-19 12:02:02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과연 자랑할 만한 문화명소가 될 수 있을까.

1천500석의 좌석, 450평의 널따란 무대, 500억원의 공사비…. 대구에 이같은 고급 공연장이 생긴다는 것만 해도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그렇지만 부적절한 입지조건, 협소한 부지 등 오페라하우스의 외적 요건을 고려하면 영 개운치 않다.

오페라하우스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공무원.시의원 등의 태도는 대개 비슷했다.

"삼성이 해주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삼성은 원래 확실하잖아". 삼성측이 엄청난 돈을 들여 건물을 짓고 대구시에 기부채납을 한다는 데 상당한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대구시가 지난 97년 확정한 제일모직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보면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반대급부로 삼성에 적지않은 특혜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제일모직 부지에 대해 용적률과 층수 높이를 규정한 항목.

제일모직 부지의 경우 용적률이 1천300% 이하일 경우 최저 지상 5층에서 최고 지상 50층까지 지을 수 있게 했지만, 인근 대한방직 부지의 경우 같은 조건에도 최저 지상 10층에서 최고 지상 40층까지로 규정해 놓았다.

한 건축가는 "대구에서 성서.상인동 등 지구단위계획이 많았지만, 개발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이같은 조항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기업의 이윤논리를 탓하고자 하는 게 결코 아니다.

대구시 공무원이나 시의원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는 얘기다.

좀더 당당하고 올곧은 논리를 가졌더라면 오페라하우스가 제일모직 부지 한켠에 밀려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협소한 부지에 짜맞추어진 기형적인 건축물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줄 것 다 주면서도 시민들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이제는 다 끝난 일이긴 하지만, 대구시의 궁색한 살림살이를 볼 때 앞으로도 기업에 손벌리는 일이 적지 않을 것 같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사례가 아니겠는가.

박병선 문화부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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