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신세대 여성 軍부사관 지원 몰려

입력 2003-05-16 12:03:39

정모(22.여.대구 본리동)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해군 부사관에 지원했다.

부모와 친구의 만류가 있었지만 고교 졸업 때부터 꿈꿔오던 여군에 대한 동경을 버릴 수 없었다.

이번이 무려 5번째 지원. 정씨는 "남자처럼 강인해지고 싶다"며 "설사 심한 고생을 하더라도 선택에 후회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모(24.여.포항 창포동)씨도 얼마 전 고교 단짝 친구와 함께 해병대 부사관에 지원했다.

직장 생활을 3년이나 하고도 별 흥미를 못느껴 새로운 생활을 찾게 됐다는 것. 남자들도 선뜻 마음을 안내는 해병대를 지원한 데 대해서는 "강한 군대에서 심신을 단련하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응모자 중에는 우락부락한 여성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시험장에 가니 왜소하고 예쁜 사람이 더 많더라"고 했다.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군에 도전하는 신세대 여성들이 최근 몇년 사이 늘고 있다.

여군 장교 입대자는 몇년 전부터 이미 상당수에 이르렀고, 최근엔 부사관 지원도 급증하고 있다.

2001년에 처음으로 전국에서 90명을 모집한 공군 여부사관엔 대구.경북서만 178명이 지원했고, 작년 219명을 모집한 육.공군 여군 부사관에도 지역에서 385명이 지원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123명의 여군 부사관을 모집했으며 대구.경북 지원자가 290명이나 됐다.

이런 열기를 반영하듯 여군 관련 인터넷 카페도 속속 등장했다.

'다음' 등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난 군대가고 말껴' '남녀 공동 병역의무 추진위원회' '여군이 되고 싶다' 등 수십개의 여군 관련 카페가 마련돼 있다.

회원이 800여명에 달하는 '난 군대…' 카페에서는 여군 시험 정보, 군생활 이모저모, 토론방 등 다양한 정보가 유통되고 토론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이 카페 회원인 이모(25.여.대구 도동)씨는 "갖가지 정보를 얻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목도 도모할 수 있어 자주 접속한다"고 했다.

'남녀공동…' 카페의 김모(15.경산 자인면)양은 "여권이 신장되는 만큼 그에 걸맞는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자가 군대가면 이 부분에 대해 남자들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군 관계자들은 여군 경쟁률이 높아진 뒤 심지어 석사 학위 소지자까지 탈락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육군 홍보관 신용식 상사는 "평균 경쟁률이 20~25대 1이나 되고 대학에서 여군 부사관 설명회를 열면 여대생들이 강당에 꽉 들어찰 정도"라고 했다.

신 상사는 "신세대 여성들은 남자 못잖게 당당하고 진취적 사고를 내보이고 있다"며 "다른 직장보다 남녀차별이 적고 안정적이라는 점도 여군 지원자를 늘린 요인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