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 트럭사고 실태

입력 2003-05-15 12:02:52

화물차가 지하차도에 끼이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제한 높이를 알리는 안내표지판이나 구조물 등 사고예방을 위한 '알림 장치'의 정비가 시급하다.

지난 7일 오후 대구 칠성동 신천동로 칠성교 지점에서 상동교 쪽으로 달리던 25t 트럭이 칠성교 다리 아래에 끼이는 사고가 나 일대 교통이 4시간 가량 막혔다.

지난 2월에도 신천동로 경대교 밑에서 수성교 쪽으로 달리던 11t 트럭의 화물 적재함이 경대교 상판에 걸려 차량의 타이어 공기압을 뺀 뒤 교량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같은 사고는 교량을 파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고 있다.

대구에는 경부선 철도가 지나가는 철길 아래를 비롯해 고속도로, 고가도로 등 폭 20m 이상 도로의 교차지점에 모두 41개의 지하차도가 있다.

하지만 지하차도마다 통과제한 높이가 제각각인데다 일부는 전방 50~100m 앞에 설치된 경고 안내판이 가로수 등에 가려 보이지 않아 화물차가 교량에 끼이는 사고가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구역 옆 지하차도에는 3.8m 이상 차량의 진입 제한을 알리는 표지판이 100m 앞에 설치돼 있지만 우회전하는 차량 운전자들이 이를 알아보기는 어렵다.

또 통과제한 높이를 초과하는 화물차의 진입 자체를 막기 위해 안전틀을 설치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 높이가 실제 제한 높이보다 훨씬 높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신천동로 무태교 앞에 설치된 안전틀의 경우 제한 높이는 3.3m이지만 측정 결과 4m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제한 높이를 어겼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이 이 안전틀을 통과하면 다른 지하교량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박모씨는 "무태교 앞에 설치된 높이 제한틀을 무사히 통과해 신천동로로 차를 몰았다"며 "이 제한틀에 화물이 걸렸다면 진입하지 않고 우회도로로 운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물트럭 운전자 김모(38.대구 범물동)씨는 "운전자들 스스로 규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내 장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내 표지판을 더 늘리고 운전자들이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대구시 관계자는 "교량에 차가 끼이는 사고를 막기 위해 기존의 안전틀을 개선하고 안내표지판 정비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안전틀을 제한 높이와 같이 만들고 'ㄱ'자 형식인 틀도 문틀 모양으로 바꿔 통과제한 높이를 초과한 차량의 진입자체를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또 가로수 등에 가리거나 알아보기 힘든 위치에 있는 안내표지판은 자리를 바꾸거나 수를 늘리는 등 조만간 정비할 방침이다.

경찰도 교량에 차가 끼이는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는 교통흐름 방해죄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업무상과실 등 법적용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