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끝나지 않은 일제청산

입력 2003-05-13 11:46:59

12일 성주군청 앞에는 "친일은 '추모'가 아니라 '청산'되어야 합니다"라는 피킷을 들고 오정식(28.성주읍)씨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농민회원들이 이처럼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벌써 보름째. 바쁜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시위에 나선 것은 오는 25일 군민의날 전야제로 열리는 '백년설 가요제' 때문이다.

올해 처음 열리는 백년설 가요제는 일제 강점기에 '나그네 설움' 등을 부른 지역출신 유명가수 백년설(본명 이창명)을 추모키 위해 재경성주향우회가 앞장서 추진한 것. 당초 이 가요제는 지난해 개최키로 준비했으나 태풍 '루사'로 인해 한 해 연기됐다.

그런데 백년설의 친일행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농민회 등이 중심이 돼 가요제 반대운동을 펴고 있는 것. 군내 곳곳에 반대 현수막이 내걸리고 군청 홈페이지에는 찬.반 의견으로 시끌벅적하다.

행사 주최측은 가요제 개최가 얼마 남지 않았고 이미 전국에서 200여 명이 참가신청을 한 상태에서 가요제를 열지 않으면 군 이미지가 실추돼 득보다 실이 많으며, 목포 '이난영 가요제'.진주 '남인수 가요제'등은 이미 열리고 있어 같은 시대에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백년설 추모 가요제를 열어 지역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측은 일제의 고문으로 하반신 불구가 된 심산 김창숙선생과 일경에 항거하다 옥사한 장기석선생 등 항일열사 출신지역에서 친일인사 추모행사는 용납할 수 없다는 명분론으로 맞서고 있다.

이처럼 양쪽의 주장이 대립하다보니 다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군민화합의 장이 돼야할 군민의날 행사가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전야제로 계획된 가요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 때문에 다른 문화.축하행사도 제대로 홍보되지 못하고 군민들의 관심에서 밀려난 느낌이다.

더구나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같은 갈등이 행사일까지 이어질 경우 물리적 충돌마저 예견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올해로 광복 58주년. 아직 끝나지 않은 일제청산문제로 농촌 주민들이 갈라지고 축제가 갈등의 장소로 변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현명한 해결책을 기대해 본다.

박용우 사회2부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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