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교실-협동심 키울 기회 많이 주자

입력 2003-05-13 09: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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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100m를 가장 빨리 달리는 사람의 기록을 네 번 더한 것과 네 사람이 100m씩 달리는 400m계주 세계 최고 기록은 어느 쪽이 더 빠를까?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100m를 우승한 모리스 그린(미국)의 기록은 9.87초. 이를 네번 더하면 39.48초가 된다.

그러나 400m계주에서 우승한 미국팀의 기록은 37.61초였다.

왜 이럴까? 이는 네 선수가 협동해 달렸기 때문이다.

어릴 때 즐겨 읽는 모험 소설가운데 '로빈슨 크루소'와 '15소년 표류기'가 있다.

이 두 소설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다 같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에 표류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를 28년만에 탈출하여 나오는데 15명의 소년들은 2년만에 무인도를 탈출하는 점이 다르다.

왜 어린 아이들은 2년만에 탈출했는데 어른이면서 전문 뱃사람이었던 로빈슨은 28년이나 걸렸을까? 소설의 작가가 그렇게 썼기 때문이라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이 역시 협동심의 결과인 것이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15명의 소년들은 서로 생각과 힘을 모아 창의적 사고를 발현, 2년만에 탈출할 수 있었던 반면 로빈슨은 혼자 살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협동심은 서로 힘을 모아 하나가 되는 마음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사람들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합칠 때 소위 시너지효과(상승작용)가 발휘되고 창의력이나 고차적인 문제해결력 등이 훨씬 높아진다고 한다.

아이들 또한 혼자 보다는 어울려 놀기를 좋아한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에게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도록 시켜보면 서로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보태어지고, 고쳐지고, 다듬어져서 굉장히 창의적이고 세련된 학습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혼자일 때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창의성은 원래 관계 속에서 발달한다.

빌 게이츠가 하버드 대학을 2년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차릴 때는 폴 알렌이라는 친구와 동업이었다.

스필버그가 컴퓨터 전문가의 도움없이 혼자 '쥬라기 공원'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우리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주위를 둘러보라.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가 힘들 것이다.

아이들에게 협동심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교실에서 공부나 청소, 놀이 등을 짝과 함께 해보도록 하자. 집에서도 형제가 같이 공부하게 해보자. 혼자 놀게 하지 말고 같이 놀아주자. 개별학습이나 활동에서는 남의 생각이나 태도를 들을 수 없어 융통성이 길러지지 않는다.

'네 할 일이나 잘해' 보다는 '친구와 의논해봐'라고 아이들에게 자주 말하도록 하자. '오늘 무얼 배웠니?' 대신 '오늘 어떻게 공부했니?'라고 물어보자. 로빈슨 크루소처럼 하루 종일 혼자 공부하고, 혼자 놀고, 혼자 집으로 걸어오고 하면 28년이 걸린다.

15명의 소년들처럼 함께 의논하고, 궁리하고, 토론하고, 그러다가 때로는 다투거나 갈등도 경험하고, 또 이를 풀어나가다 보면 2년만에 성공한다.

협동심은 28년이나 걸릴 일을 2년만에 끝낼 수 있는 창의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동원(대구시 교육청 초등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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