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의 차량 통행이 재개(4월10일)된 지 한달여가 지났다.
대구시 도심은 예전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거의 되찾은 듯하다.
하지만 지하철의 운행중단과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상인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9일 오후 1시 대구 동성로3가 제일서적 앞.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자 수십명의 사람들이 길을 건넜다.
환하게 웃는 얼굴, 찡그린 모습 등 다양한 표정 만큼이나 거리는 생기가 돌았다.
차로에는 버스와 승용차가 뒤엉켜 시끌벅적한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차들의 행렬은 고개를 한참 돌려야 할 만큼 쭉 늘어서 있었다.
박기상(18.경산 자인면)군은 "모처럼 중앙로를 걸었는데 북적대는 인파들을 보니 반가왔다"고 말했다.
한때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던 ㅇ시네마 앞에는 젊은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영화포스터를 보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매표소 직원 이미혜(30.여.대구 송현동)씨는 "주말이면 관객들이 많이 몰린다"며 "관객수가 지하철 참사 이전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약령시축제'가 열리고 있는 약전골목은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약재썰기대회'가 열리는 곳에서는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구경꾼들이 몰려 있었다.
정덕현(40.대구 중리동)씨는 "올해 처음 이곳을 찾았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은 이런 모습들을 즐겁게만 바라볼 수 없는 처지다.
지하철 운행이 중단된데다 소비심리까지 위축된 탓에 물건을 사는 사람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신발가게 점원 한선양(36.여.대구 대명5동)씨는 "한 달 전보다 행인들은 좀 많아진 것 같지만 정작 가게에 들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정효진(26.여.대구 장기동)씨는 "매출이 예전의 50%도 안되는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지하철 중앙로역 옆에 정차해 있던 택시들은 10분이 되어도 승객을 태우지 못하고 있었다.
택시기사 배태복(66.대구 도동)씨는 "과거 지하철이 운행될 때만 해도 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심심찮게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고 한숨지었다.
중앙지하상가는 더 심각한 상태였다.
행인들은 한 달 전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상가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게임상가 주인 정성진(32.대구 내당동)씨는 "지하철이 다닐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썰렁할 정도"라며 "지하철은 도대체 언제 다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동성로상가번영회 김무웅 회장은 "주말에는 참사 이전의 70% 정도까지 매출이 회복됐지만 주중에는 타격이 심하다"며 "빨리 지하철이 중앙로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그나마 이달 23일 열리는 '동성로축제'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였다.
김 회장은 "동성로축제에서 젊은층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화려한 볼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개점한 대구 칠성2가 롯데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롯데백화점 서충환 홍보매니저는 "개점 직전 전체 백화점 손님 중 지하철 승객을 30% 정도로 잡았다"며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면서 매출이 예상 수치의 80%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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