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안 이렇게 풀자-등 돌린 대구.경북

입력 2003-05-12 12:04:42

'꼬인다, 꼬여'. 지역 현안 중 양성자 가속기 대구유치와 LG필립스 LCD 구미유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장 뾰족한 해법도, 지역 차원의 대응도 마땅치 않다.

내버리자니 그간 쏟은 공이 아쉽고 돌파구를 마련할 대안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현재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반전을 꾀하려는 시도는 있으나 '수평적 논의 구조'를 토대로 한 힘의 결집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양성자 가속기=정부가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과 양성자 가속기 사업 연계방침을 밝히고 구체적인 사업일정까지 제시, 유치를 희망했던 대구시와 경북대는 충격에 빠졌다.

유치기관 선정평가위로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혔으나 정부가 기존 평가작업을 백지화하는 바람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된 것이다.

사업주체인 대구시와 의회, 대구상의, 동구청 등이 부랴부랴 별도 모임을 갖고 '양성자가속기사업유치추진위'를 구성하는 한편 정부에 대한 법적 대응도 서두르기로 했다.

그러나 양성자 사업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대구.경북의 찰떡공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월25일 조해녕 시장이 정부청사를 찾아 박호군 과기부 장관을 만날 때만 해도 이의근 경북지사는 "대구유치가 포항과 구미, 상주, 영천지역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두 사업의 연계방침을 밝힌 이후 대구.경북의 공조는 사실상 끝이 난 상태다.

전북 고창.부안.익산 등이 주민청원과 여론수렴을 통해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유치를 모색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전남 영광.장흥 역시 지역여론을 수렴키 위해 적극적인 공론화 작업이 진행중이지만 대구시는 기존 반대입장 외에 이렇다 할 대응논리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 울진.영덕을 의식해서인지 아예 입을 닫고 있다.

게다가 대구시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겠다는 원칙만 세웠으나 소송주체를 두고 자중지란에 빠진 상태다.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은 "대구시가 제대로 된 결단력과 추진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을 생각이냐"고 말했다.

◇LCD 구미유치=정부가 LG필립스 LCD공장을 경기 파주에 설립키로 사실상 결정함에 따라 경북도와 지역 정치권의 대응수위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늑장대응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접경지역 지원법' 내에 환경영향평가를 명시한 '접경지역 지원법 개정안'을 내는 등 구미유치에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대구.경북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의원은 둘째치고 경북의원조차 LCD 파주공장이 가져다 줄 문제점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쏟지않고 있다.

지난달 9일 경북의원 모임에서 "경북지사와 구미시장이 LG필립스 구본준 사장을 만나 구미투자를 호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마련했으나 이후 소식은 지금까지 없는 상태다.

실제 만나기는 했는지, 양측이 사전접촉은 있었는지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경북도와 구미시, 지역 정치권이 지금껏 제대로 된 대응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탄식도 들린다.

구미출신 김성조 의원은 "지난 2월 경기도와 LG측이 투자협정 양해각서를 교환할 당시에 지역 정치권이 적극 대응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CD 공장문제를 계기로, 지역내 기업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거나 정부측에 관련 정책을 촉구하는 등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도 산발적이다.

수도권의 인센티브를 능가하는 파격 조건을 내놓는다거나 구미가 당길만한 외국기업 유인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역불균형' 문제만 되뇌이는 형편이다.

박종근 의원은 "경기 여건이 나쁘다고 포기하지 말고 지자체가 먼저 투자 유인책을 개발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지방에 눈길을 돌릴 수 있다"며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다가는 얼마못가 경쟁력을 잃게될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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