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된 딸을 둔 아기 엄마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대중교통, 특히 버스를 타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힘들어서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어제는 갑자기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가야하는 상황이라 유모차는 접어 오른손에 쥐고, 아기는 왼팔에 안고 449번 버스에 올랐다.
영남대를 경유해 오는 버스인지라 버스 안은 집으로 가는 대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아슬아슬하고 도움이 필요한 모습을 하고 버스를 탔던지라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다섯 정거장을 지나면서 깨달았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나를 뻔히 보면서도 도움의 말은 커녕 태연하게 앉아 딴청만 부리는 대학생들. 그들이 앉아있는 노약자석이라는 노란 팻말이 너무나도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멋지게 꾸민 겉모습 뒤에 무관심과 이기심만이 들어찬 젊은이들의 단편인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잠시 후 중간쯤에 앉은 한 아주머니가 보다 못해 나를 불러 아기를 받아 안아 주었다.
훗날 내 딸에게 이 세상에 대해 뭐라고 말해 줘야 할지 참 생각이 많았던 하루였다.
김현지(경북 경산시 정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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