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라이프-고향주부모임 대구지회

입력 2003-05-12 09:11:22

사회생활이 아무리 바빠도 고향을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향에 살고 있는 사람이든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든 고향은 삶의 터전이자 마음의 안식처로 남아 있다.

특히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은 농촌이 처한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농사철만 돌아오면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을 도와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고향주부모임 대구시지회(지회장 이경신)는 몸은 비록 도시에 있어도 농촌의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돕자는 마음에서 출발한 봉사 단체다.

농협 대구지역본부 산하 19개 회원조합이 운영하는 주부대학 졸업생 출신들이 모인 고향주부모임은 농촌 돕기를 중심으로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부분 40, 50대인 19명의 회원들은 모두 북대구, 달성, 공산, 동촌 농협 등 회원조합의 주부대학 총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사단법인인 대구시지회 이사를 자동으로 겸직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10여년씩은 아무런 대가없이 사회와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땀을 쏟아 붓는 삶은 살아 왔다.

6월 초여름의 땡볕 아래서 얼굴로 흘러내리는 구슬땀을 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며 양파를 캐내 마대자루에 담는 일부터 감자 및 마늘수확, 사과따기 등은 회원들이 벌이는 농촌 일손 돕기의 단골 메뉴. 대구외곽지인 논공, 유가, 동촌 평광, 칠곡은 물론 멀리 포항까지 원정 농촌 일손지원을 나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내 집 일 이라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에서 보듯 그저 생색내는 일회성 봉사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 일을 한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일손을 도와달라는 주문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6월 회원들은 소속 농협 주부대학 졸업생을 포함 150명을 동원, 논공지역 10개 양파 농가를 찾아 모두 1만 여평의 밭에서 양파를 캐냈다.

하루종일 일한 뒤 귀가 길 버스 안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지친 몸들이었지만 마음만은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 모두가 일에 대한 무용담으로 웃음꽃이 가득 했었다고 한다.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매주 목요일 농협 대구 본부앞 공터에서 벌이는 농산물 장터도 빼놓을 수 없는 활동중 하나. 쌀, 토마토, 깻잎, 감자, 매실 등 대구 인근지역에서 농민들이 생산한 농작물을 시민들이 직거래로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뒤 수익금으로 담근 김장김치, 사랑의 쌀을 홀몸 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전달 해준다.

회원들은 월1회 열리는 임원 월례회때 서로 만난다.

식사시간을 포함 3시간 가량 이어지는 만남은 정보교환의 장이다.

자기가 속한 주부대학 동창회별로 특색 있는 사업계획에 대한 의견교환과 잘팔리는 특산품이 어떤 것인지 등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물론 장성한 자녀들을 두고 있는 회원들의 이야기는 자연히 좋은 신랑감과 신부감이 주변에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부탁도 빠지지 않는다.

회원들은 모두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오랜 봉사활동과 사회활동으로 인해 신망을 얻고 있다.

동촌 농협 주부대학을 졸업한 뒤 기별회장을 10년째 맡고 있는 전옥길(59)씨는 주부대학에서 배운 수지침으로 중풍에 걸린 시어머니가 나다닐 수 있게 간호하는가 하면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정성연(54)씨는 구지에서 700평의 비닐하우스 오이농사를 혼자 도맡아 하기에도 벅찬 형편이지만 대구지회가 벌이는 농촌 일손 돕기와 각종행사에 빠지는 법이 없다.

정씨는 맏아들은 동경대 공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며느리감은 삼성병원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 창녕에서 경찰관 생활을 하고 있는 둘째는 쉬는 날이면 꼭 올라와 일손을 도와주는 효자여서 회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년 넘게 새마을 부녀회 활동을 해온 김영수(54·달성군 가창면)씨는 오동리장으로 고향주부모임 활동뿐 아니라 마을 가꾸기 등 지역 일에도 의욕적이다.

직접 농사도 조금 짓는 그는 농촌에서 일손 돕기는 이웃끼리 서로 꼭 필요로 하는 일이어서 농민들의 고마움이 남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반야월 농협 주부대학을 졸업한 노경은(53)씨의 남편은 류승백 시의원 이다.

노씨는 일주일에 2, 3일씩은 노인들에게 무료점심제공 등 봉사 활동에 매달려야 하다보니 회원들은 집에서 협조해 주지 않으면 이런 활동을 해나가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여름방학을 이용, 1박2일 일정으로 농협 경주환경농업 교육원에서 대구시내 복지시설 초등학생 90명을 초청해 농촌문화 체험학교를 운영하며 부모의 따뜻한 정을 받지 못한 이들과 함께 생활 한 것을 잊지 못한다.

서정옥(55)씨는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던 아이들도 회원들이 한 반씩 담임을 맡아 정성을 다하자 일정이 끝날 때는 모두 아쉬움을 느낀 행사였다"며 올해에도 계속해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고향생각 주부모임의 활동에는 농협대구지역본부 회원지원팀 소속 박인수 차장과 박미향 과장 등 두 사람의 적극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행사 준비단계에서부터 회원들과 함께 행동하는 두 사람은 고향생각 주부모임이 농민들이 필요할 때 찾아 가는 진정한 봉사단체로서의 명성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길 바랐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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