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김천역사 유치운동 혼란

입력 2003-05-09 12:49:23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른 경부고속철도 김천역사 유치운동을 놓고 김천이 시끄럽다.

15만 시민 전체가 힘을 합쳐도 시원찮을 판국에 지역구 국회의원과 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범추위)간에 심각한 이견이 발생, 유치운동 자체가 주춤거리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이 최근 각종 행사나 서한문 등을 통해 "김천역사 유치가 확정돼 6월 발표만 남겨 둔 상태"라고 주장하면서부터.

범추위는 지난 3월 결성 이후 1천여개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내걸었고, 30만명 정도의 서명을 받았다.

또 이같은 이견으로 이미 취소됐지만 10일엔 김천 인구의 3분의 1인 5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민궐기대회를 개최하려 했다.

범추위 입장에서 보면 임 의원의 주장은 후끈 달아오른 유치운동에 찬물을 붓는 것으로, 양측의 감정마저 격앙돼 급기야 범추위는 10일 예정된 궐기대회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임 의원 주장대로라면 굳이 농번기에 사람들을 모아 돈을 들여가며 궐기대회를 할 필요가 없고, 국회의원 주장을 존중하자는 뜻에서 확정발표된다는 6월까지 기다려본 후 궐기대회를 재론하자는 게 범추위의 논리다.

그러나 범추위는 6월 확정발표가 없다면 임 의원은 시민들을 기만하고 우롱한 처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 임 의원의 부담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임 의원과 범추위의 갈등에 대해 지역 여론도 분분하다.

"순수하게 범시민운동으로 시작된 역사 유치운동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는 것 아니냐, 누군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것 아니냐" 등등….

급기야 인근 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김천시 면서기의 외로움'이란 제목으로 유치운동과 관련한 글이 게재돼 서로를 헐뜯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범추위 한 관계자는 "지역 현안 해결이라는 순수성을 갖고 유치운동에 동참했는데, 최근 이 운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잘잘못을 떠나 분명한 건 이같은 분열 양상이 지역 현안 해결에 절대 도움이 안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기초단체장.의원 모두 시민들이 선택한 지역 대표들이기 때문에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절대 필요할 것 같다.

사회2부.이창희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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