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하나 딸 열 안부럽다'는 말이 있다.
전통적 가치관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아쉽게도 '그렇다'는 결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관습과 21세기식의 사고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현장에 살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아들이 뭐길래' '낳고보니 아무 것도 아닌데...'라면서도 아들을 원하는 이도 있었고, 단호한 태도로 '아들이 필요없다'는 이도 적지 않았다.
같은 세대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자신의 생활.가족환경에 따라 관점을 달리하는 주제였다.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이대가 비슷한 3개의 토론그룹을 선정, 의도적으로 찬반 의견을 묻고 이를 정리했다.
중장년층의 아들 선호도는 무척 강했다.
토론에 참석한 3명중 2명은 '꼭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1명은 중립적인 태도였다.
'2대0'. 김창범(52.두산갤러리 대표) 이인숙(50.주부) 이진숙(49.주부)씨가 참석했다.
◆찬성
김창범=딸 아이 하나뿐이어서 그런지 나이가 들수록 아들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든든한 아들 하나만 있으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아들 손잡고 목욕하는 남자들이 부러워 혼자 목욕탕에 가기 싫을 때가 많다.
팔자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지만 술 취하면 한번씩 아들 생각이 난다.
이인숙=딸 둘을 낳은 후 아들을 보기 위해 정말 '고군분투'했다.
칼슘약을 먹고 배란일도 맞추고 나름대로 연구하면서 셋째를 임신했다.
그 과정에서 '이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지만, 아들을 낳고 보니 역시 괜찮았다.
듬직하고 좋다.
딸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
◆중립
이진숙=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때문인지, 아들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해보지 못했다.
아들이 없더라도 구태여 더 낳으려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들이든 딸이든 인간으로서 각자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들이 딸에 비해 든든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아니지만 갈수록 아들 걱정을 많이 하는 나 자신에 대해 놀라게 된다.
자리를 함께 한 3명중 1명은 '아들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2명은 '딸이 훨씬 좋다'고 했다.
이들은 40,50대보다 아들 선호에 대해 훨씬 개방적 자세를 보였다.
'1대2' 장정희(44.주부) 노인식(42.자연커뮤니케이션 실장) 이은선(39.주부)가 토론에 참석했다.
◆찬성
이은선=딸 둘을 출산한 후 아들을 낳았다.
맏며느리로서 아들을 낳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딸을 키우면서 예쁘고 친구처럼 대할 수 있어 좋았고, 남편에게도 친구 같은 아들을 낳아주고 싶었다.
남편에 대한 선물이라 생각했다.
딸과 아들의 타고난 성향을 확인하면서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
◆반대
장정희=아들 하나밖에 없지만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솔직히 딸을 훨씬 선호한다.
출산때 아들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3일 동안 아이 얼굴을 보기 싫었다.
아들을 선호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주위에서 자기 몸 무리해 가며 과욕을 부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사회의 남녀차별이 여전한 것 같아 유쾌하지 않을 때가 많다.
노인식=아들 있는 집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
3형제 집안에서 성장했기 때문인지 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초교 5학년인 딸이 예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너무 흐뭇하다.
왜 아들을 그렇게 원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딸이 형제 없이 혼자 커가는 것이 미안할 뿐이다.
신세대라고 생각이 같지는 않았다.
아들을 선호하기도 했고,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 나름의 주관과 논리는 뚜렷했지만,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인지 토론의 강도는 다소 약했다.
토론에는 김정하(26. 계명대 사회체육학과 4) 홍민지(22.아동학과 3) 이준우(20.경영학부 1)씨가 참석했다.
◆찬성
김정하=아들 선호는 자신의 취향 문제다.
수구적인 사고로 매도할 것은 못된다.
집안 어르신들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사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다.
훗날 결혼하면 가급적 '때리면서 키울 수 있는' 아들을 낳고 싶다.
씨족을 번성시키려면 남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딸도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너무 험해 두렵다.
◆반대
홍민지=남아 선호는 절대 반대다.
어머니가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딸 넷을 낳고 마지막에 아들을 봤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 고생담을 듣고 가슴이 무척 아팠다.
여자 친구들이 아들을 선호하는 듯한 얘기를 하는 것도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남녀를 차별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중립
이준우=그 문제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 또래 남자들은 딸을 훨씬 선호하는 것 같다.
딸은 아들과 달리 귀엽고 말썽을 부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호주제'를 빨리 폐지하는 것이 아들 선호현상을 없앨 수 있는 길이다.
아들 선호는 제도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 같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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