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없는 오월은 쓸쓸한 달

입력 2003-05-08 09:38:43

보름여 전 성림아동원(대구 사월동)에 들어 온 준일(7.가명) 준이(5.가명) 형제는 첫 이틀간 울고 보채기도 했지만 며칠만에 친구들과 꽤 해맑게 어울리기 시작했다.

특히 동생 준이는 형을 걱정할 정도로 의젓하다.

그러나 준일이에게는 그림자가 늘 따라다닌다.

밥을 잘 먹지 않고 혼자 놀 때가 더 많다.

누가 물으면 "엄마 아빠한테 가고 싶다"고 한다.

아동원 어른들은 혹시 자폐증세가 아닌가 마음을 졸이고 있다.

김봉대(54) 사무국장은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에게 우방랜드 구경이나마 시킬 참이지만 여기서 아무리 잘 해준들 부모만 하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 형제는 지난달 24일 이곳으로 왔다.

아버지 몰래 다방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사채를 쓰다 가정이 파탄된 것. 부모는 작년 10월부터 매일같이 싸움으로 날을 보냈다.

결국 지난 3월 헤어진 뒤 어머니는 어디론가 떠났고 장애인인 아버지에게는 아이들을 키울 능력이 부족했다.

3년째 새볕원(태전동)에 사는 지훈이(7.가명)와 관련해 남은 기록은 5년 전 부모가 이혼했고 2년간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는 것뿐이다.

처음보다는 많이 쾌활해졌지만 아직도 사회성이 낮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지훈이에게는 2년 전 '이모'라는 사람이 옷과 책을 소포로 보내왔었다.

그 후 지훈이는 "나에게도 친척이 있다"며 한껏 자랑하고 다녔다.

또 그 선물들을 일년 동안이나 꼭꼭 숨겨놓고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할 정도로 매달렸다.

엄마의 품이 그리운지 지금은 교사들이 안아주면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같은 새볕원에서 누나 지영이(12.가명) 은영이(11.가명)와 함께 사는 진석이(7.가명)는 얼마 전부터 쾌활하고 명랑해졌다.

돈을 못벌면서 폭음으로 세월을 보내던 아버지가 3남매를 4년 전 이곳으로 데려다 놓은 뒤 소식을 끊었으나 우연히 연락이 된 엄마가 얼마 전부터 서너달에 한번씩 찾아오고 있기때문이다.

탤런트나 디자이너가 꿈인 누나 지영이도 거울을 보며 표정 연습도 곧잘한다고 했다.

진석이는 "내년 학교에 입학하면 엄마와 함께 살게 될 것"이라고 기대에 차 웃었다.

생활지도 담당 김영선(54) 교사는 "이곳 아이들은 언젠가는 자기 집에 되돌아 갈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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