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화상품을 수출하자

한국과 같은 자원 빈곤국가에서 수출은 경제 성장의 절대적인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다.

나무든 돌이든 돈 되는 것은 내어다 팔고 팔 것이 없으면 품팔이를 하거나 머리를 짜내어 아이디어라도 팔아야 하는 것이 세계시장에서의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수출 품목과 수출액을 살펴보면 다시 생각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

우리의 10대 수출품은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선박 철판 의류 직물 전자관 등이다.

우리의 수출품은 우주 항공 고속철 원자력 등에선 다소 낙후되어 있으나 대체로 기술 집약적이고 첨단 문명을 대표하는 것들이다.

국제 무역에서 무슨 제품을 팔면 더 좋고 어떤 물건은 팔면 안 되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아쉬운 것은 문화상품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이나 영국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과의 무역에서 도서나 영화의 수입과 수출을 비교해보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수출이 부진하다.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유학생의 수가 34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 들어와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은 1만 명도 안 되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할까. 좋게 보면 선진 문명을 수입하고 나라를 세계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고 하겠으나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는 가르쳐줄 것이 없고 가르칠 시설과 콘텐츠가 없다면 어찌 선진국이 되며 '동북아 중심 국가' 역할은 무엇으로 한단 말인가?

자유무역과 시장경제에서 무슨 거래를 하든 국가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

문화 아닌 것이 없겠지만 특히 교육이나 출판 소프트웨어 영화 연극 음악 등의 문화콘텐츠의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모자라고 그 질이 수출할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한 문화 후진국으로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쇄술을 어느 나라보다 일찍 개발한 역사를 지니고 있고, 앞선 교육 제도는 일본이 부러워한 기록이 있으며 한국어와 한글은 세계적인 언어인데 이러한 문화 상품을 수출하기는 고사하고 수출 장려 품목에도 없다.

영어 배우는데 코가 빠져서 한글의 수출정책을 입안도 못해서야 어디 어문정책이 있다고 하겠는가? 동북아 중심 국가라면 사람과 물건이 이동하는 중심이라는 뜻인데 여기에 우리말과 글이 이 중심에서 배제된다면 상품 나르는 저잣거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지금 우리는 단 한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없는 것을 우리 작가들이 게으른 탓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상도 받는데 문학상은 왜 못 받겠는가. 온 한국인이 떠받드는 작가가 있고 그의 작품이 영어나 불어권에서 읽혀서 인기를 얻어야 노벨상 후보에라도 오를 것이 아닌가? 올림픽도 4강을 하고 월드컵에서도 4강을 했는데 문자와 문화의 콘텐츠를 가지고 4강을 못 할 이유는 없다.

명치유신 이후 일본은 번역왕국이라 할 만큼 번역을 장려한 일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고 중국의 번역교육은 가히 국가적인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가 번역의 날을 설정해 이를 성실히 지키고 호주에는 번역사를 선발하는 국가시험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번역은 중국에 등을 기대고 일본의 어깨를 짚고 사는 형편에 불과하다.

새로운 말이 들어오면 독자가 알든지 말든지 그대로 음역해버리고 정 모르면 교육을 받으라는 식이다.

한글문맹은 없어졌지만 길거리 간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읽는 사람은 다시 드물어 졌다.

모르는 말로 아파트 이름을 지어야 분양이 잘될 지경이니 나라 말이 있는 나라인지 없는 나라인지? 한자어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는 '개식사'(開式辭)를 '개밥'으로 알 정도가 되었는데 작은 예산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 문화교류를 선도하는 거창한 일을 하겠다니 기대해 볼 일이다.

문화 정책의 주무부서의 장은 문화정책개발은 제쳐두고 언론 길들이기에 몰두해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의 문화상품 개발과 수출은 요원한 일 같기만 하다.

창의력이 뛰어난 장관을 임명하기에 파격이 아니라 적격이라 믿었는데 그 동안 하는 일을 보니 파격적인 일만 골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명우 호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