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짝짓기 프로

입력 2003-05-07 10:46:36

어린아이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더듬거리면서 하는 말은 외운 단어를 나열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어머니는 알아 듣는다.

불완전한 문장일지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길을 물을 때도 마찬가지다.

콩글리시로 말하더라도 그들은 알아듣는다.

도와주자는 친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TV를 시청할 때도 그렇다.

시청자가 지켜야 할 자세가 요구된다.

제작여건이나 영상문법의 한계와 같은 전문적인 것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허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한 마술쇼 관람과 같다.

"장군이 금이빨을 했더라.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지 않고 나오더라. 시대극에 전봇대가 보이다니…"와 같은 에러를 발견하는 것은 시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최고의 인기종목인 프로레슬링이 "진짜인가. 아닌가"의 논쟁으로 한국에서 사양길로 접어 든 것과 같은 볼거리 발전을 막을 수도 있다.

요즈음 각 방송사의 '짝짓기 프로그램'이 드라마 다음으로 인기다.

MBCTV '강호동의 천생연분', KBS2TV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이 주말의 황금시간대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편집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짝짓기…'가 방송프로그램으로 다루어지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동식물 중 발정기가 따로 없는 몇 안 되는 소수이고, 암컷이 수컷의 관심을 끄는 기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세배가 넘으며, 원숭이나 원인류보다 세배의 성적인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인간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

살아 남아야 하는 '서바이벌'이나 '스타 엿보기'도 방송소재로 적합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짝짓기…'로는 곤란하다.

저속성이나 선전성, 작위성만을 문제로 삼는 것은 아니다.

연예기획사의 '신인 띄우기'와 스타섭외를 손쉽게 하려는 방송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도 프로그램만 좋다면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자신들만의 놀자판'에 시청자를 끌어들이지는 말라는 거다.

연예인 몇몇이 즐기는 놀이를 '오락프로그램'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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