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자(36·여·대구 관음동)씨는 딸 수정(7세·가명)이만 생각하면 걱정을 떨칠 수 없다.
유치원과 미술학원, 피아노학원에 다니는 수정이는 유치원·학원 버스를 많이 타야 하는데 교사가 동승한다고 하지만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항상 조마조마하다는 것. 장씨는 평소 신호등 구별하는 방법과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 등을 딸에게 가르치고 있다.
유치원·학원 통학 차량이 어린이 교통사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달 9일 대구 파산동에서는 어린이가 어린이집 자동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대구에는 어린이집 1천여곳, 유치원 264곳, 학원 2천900여곳 등이 있지만 경찰에 등록된 어린이보호차량은 223대에 불과하다.
어린이보호차량으로 지정받으려면 노란색으로 차량을 도장하고 표시등을 설치해야 하며, 승강구를 구조 변경해야 하는데 여기에 200만~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정작 등록하더라도 혜택이 적은 데다 법적 의무 사항도 아니다.
35인승 어린이보호차량의 경우 차체 가격만 2천만원이 넘어 영세한 어린이시설들은 주로 지입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한 사설어린이집 원장(46)은 "각종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운전사의 퇴직금까지 고려한다면 지입차를 쓰는 게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입차를 이용할 경우 운전사의 사고 경력 여부를 알 길이 없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경우 어린이 탑승 차량의 운전사는 특별교육을 받아야 하고 사고 경력 또는 벌점이 있을 경우 채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청둥어린이집(대구 이천동) 정영애(43) 원장은 "지입차량 운전사는 특정 학원에만 전적으로 매달릴 수 없기 때문에 학원이 직접 채용한 운전사보다 아동 안전에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로교통안전공단 이원영 수석연구원은 "어린이탑승 차량 운전사는 안전운전에 필요한 규제와 교육을 따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대구지역 176개 사립유치원이 보유한 차량 310대 가운데 어린이 보호차량은 67대에 불과하고 지입차량이 47대이며 나머지는 교회·군부대버스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법인 유치원의 경우는 어린이보호차량이나 지입차량을 주로 쓰지만 원생이 40명 이하인 소규모 어린이집은 9인승 혹은 15인승 승합차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사단법인 대구보육시설연합회 서창규 회장은 "소규모 어린이집은 원장이 직접 운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운전사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통안전교육시설을 제대로 갖춘 교통공원이 대구지역에는 없다.
현재 달서구 ㅇ초교, 서구 ㅂ초교, 중구 ㅅ초교 등 3곳에 소규모 교통공원이 설립돼 있지만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교통공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
이에 따라 대구경찰청은 몇해 전부터 교통공원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법적 문제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방재정법상 지방자치단체 부지에 국비로 영구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돼 있는 것이 교통공원 설립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구시는 대안으로 경찰이 시유지인 범어동 어린이회관 내에 학습관·신호등이 있는 교통공원을 국비로 지은 뒤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기부채납은 본청이 결정할 사항이어서 대구경찰청으로서는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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