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뽑아든 '국정원 폐지 카드'

입력 2003-05-06 14:53:51

한나라당이 국정원을 폐지하고 해외정보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방침을 굳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영구 국정원장-서동만 기조실장 임명강행에 맞서 한나라당이 제시한 이 카드는 성사될 경우 우리나라 정보수집 체계의 전면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일 구성된 한나라당의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추진기획단(단장 정형근의원)은 6일 오전 첫 회의를 갖고 국정원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이 설정하고 있는 기본방향은 국내정치에 대한 국정원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핵심역량을 해외정보 수집에 집중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날 기획단 회의 결과도 이같은 방향에 맞춰져 있다.

우선 국정원을 폐지하고 해외정보처를 신설하되 해외정보처의 업무는 대북.해외.대테러 정보 수집에 한정하고 국내정보 수집업무는 제외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렇게 할 경우 생기게 되는 국내정보 수집 기능의 약화 문제는 정보사, 기무사, 경찰 등으로 분산하면 보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획단은 이와 함께 정보기관에 대한 국회의 예산 통제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예산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 국회가 예산운영을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기획단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관련 법안 제.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제출하되 바람직한 정보기관 설립을 위한 의견수렴 차원에서 법안 제출 이전까지 관련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한나라당의 방안이 원안대로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국정원폐지 방침이 고영구 국정원장-서동만 기조실장을 임명한 데 대한 정치공세가 아니라 국가정보기관의 개혁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여론을 대상으로 설득해야 한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은 국정원 폐지가 아니라 개혁이었다.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폐지가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한 개혁을 제시했었다.

또 해외정보처 신설을 위한 공청회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방침에 대해 많은 반대의견이 일면서 한나라당의 원안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홍준표 의원도 이같은 점을 우려했다.

홍 의원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공청회를 하다보면 국정원 개혁방향이 우리가 생각한 방향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국정원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지만 국정원 폐지에 우려를 나타내는 의원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정보 업무 수집기능이 없어질 경우 대공 기능도 따라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정원을 폐지하고 해외정보처를 신설하려면 기무사법이나 정보사법 등 관련 정보기관 법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데 이 작업 또한 만만치 않은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