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당 지하철 공사장에 또 불

입력 2003-05-06 12:06:48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 75일만에 불과 200여m 떨어진 지하철 2호선 남산2동 동양금융프라자 앞 구간 공사장에서 또 불이 나 시민들이 대형 참사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었다.

4일 오전 7시55분쯤 이 구간 반월당 지하공간 개발 공사장의 지하 2m50cm 깊이에서 불이 나 전력.통신 선로 등을 태워 수억원의 피해를 내고 20여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송전선로 절연관, 고압 전력케이블, KT 광케이블, 철골구조물 일부 등이 불 탔으나 당시 공사장에서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상부 도로 자동차 통행량도 많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

불이 나자 소방차 31대와 경찰차 등 긴급차량 50여대와 소방.경찰관 100여명이 현장에 출동해 일대 자동차 통행을 막고 진화에 나섰으나, 짙은 연기와 복공판 걷어내기 작업 등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로 계산오거리~반월당네거리 사이 달구벌대로 500여m의 반월당쪽 차로가 완전 통제됐고 계산오거리 방향 4차로의 자동차 통행도 40분간 금지돼 인접도로에까지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반월당쪽 차로 통행은 화재원인 감식 및 안전진단 등을 위해 6일 새벽까지 통제되다 이날 오전 4시40분쯤 원상회복됐다.

이에 앞서 5일 오전 경북대 토목공학과 박문호 교수, 영남대 토목공학과 권영봉 교수, 감리 및 설계업체인 (주)대우엔지니어링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참가해 안전진단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지하철건설본부는 주형보 용접 및 복공판 교체 등 보강작업을 철야로 진행했다. 박문호 교수는 "짧은 시간에 고열을 받아 일부 시설이 손상을 입었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화재가 나자 이모(47.대구 신천동)씨는 "동양금융프라자 주변 도로에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기가 치솟았고 매케한 냄새가 진동했다"며 "지난 2월 지하철 중앙로역 참사의 악몽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정모(33.대구 남산동)씨는 "중앙로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또 불이 나 너무도 어처구니 없다"며 "시민들이 언제까지 불안에 떨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 화인 조사중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요원 3명과 경찰 등은 5일 오전 감식 작업을 벌이고 불에 탄 송전선 5m짜리 6개와 작업등 등을 회수해 정밀 분석키로 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화재 원인을 정확히 밝히려면 한달 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 기관들은 이번 화재가 한전측의 고압선로 가설 및 송전 작업 이후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전 대구전력처가 지난 3일 이 구간의 15만4천V짜리 고압 송전선로 이설작업을 마친 뒤 같은 날 오후 8시20분부터 2분 동안 전기 공급을 시험했으며 이어 4일 오전 7시52분쯤 송전을 시작했다는 것.

이때문에 중부소장서 김영하 진압대장은 "송전선로 구리선을 덮고 있던 알루미늄 박이 균열돼 그 안에 있던 절연유가 새 나와 증기로 바뀌면서 할로겐 작업등의 열이나 송전 전기열 또는 담뱃불 등과 반응해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으며 대구지하철건설본부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한전 대구전력관리처는 전혀 다른 판단을 드러냈다. 최인섭 과장은 "송전선로에서 불이 나면 전류가 자동 차단되지만 화재 구간 선로에서는 화재 당시에도 전류가 계속 공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화재 당시 반월당 지하공간 지중선로와 연결된 내당변전소와 동인변전소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고 전기 공급도 불이 난 뒤 현장에 출동한 한전 직원이 4일 오전 8시22분 수동으로 차단했다는 것. 그래서 한전측은 지하공간 공사를 위해 공사업체들이 임시 가설한 전선에서 불이 난 뒤 송전선로로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지하공간 화재대책 재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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