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 대통령배 야구 우승

입력 2003-05-06 11:44:18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고교야구 대회 정상을 염원해 온 대구고가 제3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 마침내 꿈을 이뤘다.

올 시즌 전국대회 4강권의 전력을 갖췄으나 정상을 노리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을 받아온 대구고는 5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대통령배 결승 무대에 섰다. 상대는 동향인 경주고. 경주고 역시 예상을 뒤엎고 결승 무대까지 올라와 첫 우승을 노리게 됐다.

그러나 불같은 방망이를 지닌 대구고의 일방적 페이스로 경기가 흘렀다. 대구고는 선발 정대희가 9이닝 동안 1실점으로 완투하고 홈런 1개 등 장단 17안타를 몰아쳐 13대1로 대승, 창단 27년만에 이 대회 우승컵에 처음으로 감미롭게 키스했다.

대구고는 1회말 권영진의 2루 땅볼때 3루 주자 박진영이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린 뒤 3회 5안타를 집중시켜 4점을 추가, 5대0으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5회 2점을 보탠 대구고는 6회 임성민의 솔로홈런 등 장단 5안타로 대거 6득점,승부를 결정지었고 경주고는 7회 1점을 뽑아 간신히 0패를 면했다.

지난 76년 창단된 대구고는 대붕기대회 6회 우승, 2000년 전국체전 우승 등의 경력을 지녔으나 경북고, 대구상업정보고 등 동향의 전통 강호에 눌려 다른 전국대회 우승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총동창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학교측의 열성으로 야구부 합숙, 웨이트 트레이닝장, 인조 잔디 실내연습장, 학교 야구장 확대 등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면서 강팀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주전급 선수들에게는 장학금도 지급, 다른 학교들이 내는 회비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됐다.

이번 대회 32강에서 지난해 이 대회 우승팀 광주일고를 꺾어 우승 가능성을 키웠던 대구고는 용마고, 덕수정보고, 효천고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대구고는 고교 정상급의 강타자 박석민을 중심으로 한 공격력의 팀.

전통적으로도 투수력 보다는 타력이 강했던 대구고는 이번 대회에 대회 최우수선수인 권영진과 정대희 등 투수들도 좋은 경기를 펼쳤으며 동문들의 열성이 빚어낸 특유의 조직력과 응집력으로 돋보인 경기를 펼쳤다.

결승전에서 5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한 대구고 투수 권영진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방어율 2.35의 위력투를 선보여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권영진은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대담하게 승부를 거는 두뇌 피칭에 능하다.

대구고에서 80년부터 82년까지 강기웅(전 대구삼성 라이온즈), 박종철(본리초교 감독)씨 등과 함께 선수로 뛰었던 모교출신 박태호 감독은 선수 시절 대통령배대회 4강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날려보냈다.

박 감독은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학부모와 동문회, 학교측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대구고는 전교생과 동문, 학부모들이 경기장에 나와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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