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탈당'기정 사실화

입력 2003-05-06 11:53:51

고영구 국정원장 사퇴권고결의안 제출을 계기로 분출된 한나라당내 보.혁갈등이 이념중심의 정계개편으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보.혁갈등은 민주당 신주류가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의 보수노선에 대한 개혁파 의원들의 공개적 반발은 신당 참여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당 참여 여부에 대해 한나라당내 재야.개혁세력은 아직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미 탈당결심을 굳힌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개혁파 의원들의 탈당 결행 여부, 그리고 실제 탈당 의원수는 매우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신당의 성격이 아직 모호한데다 탈당의원들이 신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이며 신당이 정국을 주도할 만한 덩치와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느냐 등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일 고 원장 사퇴권고결의안 철회를 요구한 의원들 대부분이 아직 탈당을 언급할 시기는 아니라면서 관망자세를 보였다.

이부영 의원은 "당내 이념갈등을 탈당문제와 결부시킬 때는 아니다"고 했고 안영근 의원 역시 "당장 탈당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으며 김영춘 의원도 "현재로선 탈당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팎에선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이들중 상당수가 당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데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보수계 의원들도 이들과의 결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규택 총무는 "당과 당론이 싫은 사람은 당을 떠나야지 다른 방법이 있느냐. 이분들도 탈당을 각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홍신 의원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김무성 의원도 지난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정체성이 같은 사람끼리 당을 만드는 것은 잘 된 일이라며 거기에 생각을 같이하면 정체성이 같은 정당으로 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나라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직후부터 "156석은 야당으로서는 너무 무거운 몸집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면 거추장스러운 것(개혁파)은 털어내야 하지 않느냐"는 말들이 많이 나왔다.

보수파 의원들의 발언은 이러한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결국 개혁파나 보수파 모두 결별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치권의 관심은 개혁파의 탈당 여부가 아니라 그들의 탈당이 신당의 파괴력 증가와 한나라당의 세력 약화로 이어질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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