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골병'산재여부 주목

입력 2003-05-06 11:53:51

산업현장에서 단순 반복동작으로 인해 특정부위 근육과 뼈에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들이 크게 늘면서 산재요양 신청까지 잇따를 것으로 보여 산업 현장의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6일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처음으로 INI스틸 포항공장 직원 30명에 대해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집단 산재요양 승인신청을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에 냈다.

흔히 '속골병'으로 부르는 근골격계 질환은 지금까지는 조선.자동차 등 일부 특정 산업에서만 문제가 됐다.

지역 노동계는 또 INI스틸과 업무여건이나 형태가 비슷한 포항공단은 물론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가 약한 구미와 대구지역 중심의 여성근로자들도 근골격계 직업병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이어서 파문이 확산기미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999년 산재승인을 받은 전국의 근골격계 질환자는 344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는 1천9명, 2001년에는 1천634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천827명에 이르는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6일 INI스틸 직원 30명에 대해 요양승인 신청을 낸 서인만 금속노조 포항지부장은 "근로복지공단이 전원 요양승인을 하고 노동부는 INI스틸 전직원에 대한 임시 건강진단 실시 및 포항공단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황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공단업체의 한 간부는 "근골격계와 관련한 우리 제도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더 선진적이어서 법대로 한다면 온전한 기업이 없을 것"이라며 노조나 정부의 방침이 너무 앞서간다고 지적했다.

올들어서는 지난 1월에 자동차 엔진 부품업체인 ㄷ정공 26명에 이어 전남 영암군 소재 ㅅ사에서 34명이 집단 산재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ㅅ사의 경우 노동부 특별조사에서 153명이 유소견 증상을 보였는데, 이 회사 노조는 전체 현장 직원의 90% 가량이 근골격계 유소견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간 이상의 증세를 보인 554명에 대해 산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오는 7월1일부터 사업주에게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무를 법제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사용자 책임범위가 너무 넓어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고, 노사문제에도 악용의 소지가 있다'며 정부방침에 반대입장을 밝혀 근골격계 질환자 문제를 두고 노.사.정간 충돌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반복작업으로 생긴 질환

근골격계 직업병=특정 신체 부위의 반복작업과 부자연스런 작업자세 및 과도한 노동강도와 불충분한 휴식 등 작업환경이 원인이 돼 나타나는 직업병. 목, 어깨, 손가락, 허리 등 주로 관절부위의 근육과 혈관, 신경에 손상이 생기면서 통증과 뻐근함, 무감각 등의 증세를 보인다.

장기간 육체노동을 한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골병'과 비슷한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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