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어린이 학대

입력 2003-05-06 11:59:42

우리의 고전소설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전'은 계모와 의붓자식 사이의 갈등 관계가 이야기의 축이며, 어린이 학대가 부각돼 있다.

서양의 동화 '신데렐라'도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두 고전은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괴기한 빛깔을 띠고 있다.

이와 다르게 외로운 소녀의 꿈과 환상을 주제로 한 '신데렐라'는 밝고 아름다운 구성을 보여주는 점이 변별된다.

두 고전에서 그려지고 있듯이, 전통적으로 우리에게는 계모의 이미지가 그만큼 부정적이며, 어린이 학대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요즘의 어린이 학대는 그런 고정관념마저 훌쩍 뛰어넘는 양상이다.

복지부에 신고된 사례에 따르면 가해자의 80%가 친부모이며, 계부모와 양부모는 각각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학대가 이뤄지는 곳도 80%가 자기집이고, 거리.학교.유치원.친척집 등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몰인정한 부모를 신고한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45.8%)는 이웃과 친구들이며, 그럼에도 피해 어린이의 48%는 귀가 조치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은 어디에 뿌리가 있는 걸까.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어린이 학대 발생 건수는 2001년(2천105건)보다 370여건이 늘어난 2천478건이며, 이 중 상당수가 '경제적 궁핍과 부부간의 불화로 가정내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아이들의 양육에 무관심해지고 학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됐다.

카드 빚 등 가정 경제의 파탄이 가정 파괴와 맞물려 그 불똥이 어린이들에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가 '독립된 작은 인격체'로 받아들여진 건 넉넉잡아도 반세기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1922년 소파 방정환 선생의 활약으로 '어린이 날'이 제정됐지만, 그 이후에도 사정이 나아지는 데는 적지 않은 세월이 필요했다.

어른들은 자식을 소유물인양 '내 자식을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끼어 드느냐'는 식이었다.

지금은 '과잉 보호'라는 말이 귀를 따갑게 할 정도나, 수많은 어린이들이 여전히 '인권 사각 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의 부모들은 자식 사랑이 지나쳐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경우와 자식을 사랑하기는커녕 몹쓸 정도로 학대하는 경우로 갈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자식을 '인격체'로 여기기보다는 '소유물'로 보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빛깔만 다를 뿐이다.

현실적으로 학대받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지켜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어린이 학대는 가정에만 맡겨서는 안 될 지경에 이른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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