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교실-간섭보다 자발성 길러주자

입력 2003-05-06 09:40:29

대구시 교육청 교원 20여명이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주에 창의성 연수를 갔었다.

어느 고등학교 1학년 교실을 방문했는데 10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하다가 우리를 맞았다.

한국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들 중 서너명이 6월의 월드컵 대회를 말하면서 팔을 들며 '오 필승 꼬레아'라고 우리말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고 반가웠다.

우리 국민들의 월드컵 응원은 정말 감격적이었다.

남녀노소 구별없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응원은 엄청난 에너지와 국민적 힘으로 새로운 응원 구호를 만들어냈고, 결국 우리 선수들의 4강 신화 창조로 나타났다.

그 자발적인 열기가 먼 이국의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우리나라를 알리는 기능을 했던 것이다.

자발성은 이토록 위대한 에너지와 창조의 힘을 갖고 있다.

내가 아는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은 교실 청소를 스스로 희망하는 학생에게 맡긴다.

희망하는 학생은 교실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놓으면 된다.

8명이 되면 더 이상 신청할 수 없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참여한 아이들은 재미있고 신나게 청소한다.

아이들은 청소를 하기에 앞서 청소 방법이나 역할 분담을 궁리하고 있었고, 시켜서 할 때보다 사소한 부분까지 잘도 찾아내 청소를 했다.

자발적으로 하는 사고나 행동은 창의적인 활동으로 나타난다.

자발성이란 남의 교시나 영향이 아니라 자기 내부의 원인과 힘에 의해 사고나 행위가 이루어지는 인간 심리의 특성이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이 자발성이 있는데 이것이 희한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자발성에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는다.

동력이 생기고 지속된다.

누가 말려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던 일도 멍석 깔면 하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잘 하다가도 누가 간섭하고 시키면 하기 싫어한다.

의욕이 떨어지고 눈치를 본다.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학습의 조건으로 자발성을 첫째로 꼽고 있으며 학생의 자발성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돼 왔다.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아이들에게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된다.

하기 싫어하는 피아노, 태권도 등을 시키는 것은 효과가 없다.

호기심이 발동하도록 해 자발적으로 하도록 만들어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서 하니까 창의적으로 하게 된다.

지시나 요구 전에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도록 도와주자. 하고 싶은 컴퓨터, 만화그리기, 공차기 등도 해 보게 하자. 남의 말을 들어야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창의성이 길러지는 것은 고사하고 정신적인 신탁통치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이동원(대구시 교육청 초등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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