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가르쳐요

입력 2003-05-06 09:40:29

"단체상 외에 학교에서 주는 개인 상은 없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움만 줍니다".

지난 64년 개교한 경남 거창의 샛별초등학교. 전교생 480여명에 한 학년 2학급인 소규모 시골 초등학교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전혀 학교 같지 않다.

교육목표부터 여타 학교와 다르다.

학생들에게 성적이 아닌 삶의 지혜를 가르친다는 것. 당연히 주입식 교육은 없다.

학예발표회 외에 '내 생각 발표회'나 '동화 구연대회' 등 수시로 무대가 만들어진다.

모든 학생의 참여를 원칙으로 하다 보니 잘 하든 못 하든 졸업할 때까지 누구나 16회 이상 무대에서 발표할 기회를 갖게 된다.

학급 반장은 돌아가면서 맡는다.

교과성적이 우수하다고 상을 주지는 않는다.

성적만으로 평가하면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겨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싫증을 내기 때문. 그러면서도 학습 진도가 느린 아이들을 위해 매일 방과후 담임교사가 개별지도하는 꼼꼼한 배려는 아끼지 않고 있다.

주중식 교장은 "개별지도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는게 아니어서 학생과 교사 모두 힘겨워할 때도 있지만 교사들이 모두 열의를 갖고 지도해줘 학부모들도 신뢰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학교와 무엇보다 차이나는 것은 자유롭게 공부하는 분위기. 학생들은 교사들의 별명을 스스럼없이 지어 부르고 떠들며 장난을 쳐댄다.

그래도 굳이 나무라거나 말리는 교사는 별로 없다.

교장실도 거리낌없이 드나들며 궁금한 것을 물어댄다.

교장실 벽에는 전교 학생들의 사진이 모두 걸려 있다.

학교 어디든 내집같은 분위기인 것.

도서관은 학부모들이 운영한다.

40명의 학부모 명예 사서가 4개 조로 나눠 매주 한번씩 돌아가며 봉사하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학부모들도 아무런 부담 없이 학교를 드나들고 있다.

학교도서관 운영회장인 김은옥(40) 주부는 "엄마들이 직접 운영하다 보니 아이들이 더 자주 도서관을 찾는 것 같다"며 "도서관 봉사를 통해 학교운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거창.조기원기자 cho195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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