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노 대통령의 감옥

입력 2003-05-02 11:51:13

미국 남북 전쟁이 한창일 때 링컨 대통령은 종종 부상당한 병사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했다.

한 번은 죽음 직전에 있는 병사를 만나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병사는 "어머니에게 편지 한 통만 써달라"고 간신히 속삭였다.

정성스레 대필을 마친 링컨은 "당신의 아들을 위해 대신 적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서명을 했다.

병사는 링컨이 대필자였음을 알고는 크게 놀랐다.

그리고 링컨의 손을 잡은 채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자기 희생, 겸손, 청빈, 정직과 같은 덕성의 표출을 통해 우리의 공동체가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국민들의 정서와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부 지도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여유있으면서도 조심스러워야할 이유다.

▲미국 역대 정부 중 언론을 겁주고 괴롭히기로는 닉슨 정부를 따라갈만한 예가 별로 없었다.

언론 총책(?)인 애그뉴 부통령은 '언론 청부살해자'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3대 네트워크 방송의 모니터링 담당자를 두고, 비판기사가 나오면 앵커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기사를 부드럽게 해 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애그뉴는 언론통제를 목적으로 '내셔널 뉴스 카운슬'이라는 정체불명의 민간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구는 언론사들을 창피 주는 이상의 역할을 못하고 곧 사멸됐다.

언론과 날을 세웠던 닉슨 정부 역시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TV토론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신문에 대해 또 불만을 터뜨렸다.

"언론이 대통령 대접을 해줬나" "대통령 된 날부터 계속 비판 칼날 세워" "선거 때 무가지 어마어마하게 찍어(나를 공격)" 등의 언급을 하며 흥분된 모습을 보였던 모양이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은 모든 정권의 일반적 현상이다.

그것이 정권과 언론의 정상적인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자신만 언론의 피해자인양 계속 불만을 토해 놓는다.

대통령의 처신으로서 아름답지도, 당당하지도 못하다.

염증만 키워줄 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 만델라가 흑인 인권운동에 관련되어 수감중일 때 다.

만델라는 아무 잘못도 없는 자신이 수감되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열악한 감옥 환경에 적응할 수가 없어 분노가 일었다.

변호사에게 "여긴 지옥이야 지옥"하며 분통을 터트리기도했다.

어느 날 변호사가 다시 면회를 왔다.

"아직도 수감생활이 고통스럽습니까". "아니, 지금은 천국이오". "감옥 환경이 많이 개선된 모양이군요". "아니, 감옥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변했소".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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