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이라고 해봐야 구역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이 읽을 동화책을 대출해 오는 것이 고작이다.
내가 늘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에 타는 버스에서 가끔 만나는 그 기사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약 2개월 전부터였다.
"어서오세요", "아이구, 할아버지 꼭 잡으셔야지요. 자, 출발합니다", "아가야, 조심해서 내려라". 운전기사의 이런 인사와 친절은 참으로 신선한 것이었고 희귀하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회사 내의 엄격한 교육 덕분이거나 개인적으로 뭔가 좋은 일이 생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분의 눈과 미소에는 전혀 어색함이 없었고 몇 주 후 다시 만난 날의 인사에도 여전히 정성과 친절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20분 가량의 버스 여행은 늘 즐겁기만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내버스 파업소식이 들려왔고, 다행히 해결이 빨리 되었다고 한다.
그 해결이 어느 편에 어떻게 유리하게 매듭지어졌는지는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단순한 내 판단으로는 나를 비롯한 708번 좌석버스의 모든 손님을 즐겁고 안전하게 모셔다주는 그런 기사분이 우리 대구시내의 도로를 맡아 주신다면 난 언제나 기사님들 편에 서고 싶다.
이번에 쉽게 끝난 시내버스 파업은 언젠가는 또다시 신문을 통해 소식이 들릴지도 모른다.
내가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자세, 그것에 감사하는 태도. 그것이 돈보다 우선이 되었으면 한다.
이현빈(대구시 읍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