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 불황타개 '진두지휘'

입력 2003-05-01 14: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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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미공단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라크전쟁·북핵문제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생산현장을 발로 뛰며 불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현장경영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전자업계를 위주로 한 경영자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경영진의 적극적인 현장 밀착경영이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국내외 거래선에 신뢰감을 주는 등 영업활동에 획기적인 활로를 열 수 있다는 인식에서 현장경영이 더 활기를 띠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인 오리온전기의 경우 지난 24일 유완영 사장이 직접 제조현장인 구미공장을 찾아 모니터용 브라운관 생산라인(OR-9)에서 '일일 생산직 사원'을 자처하고 8시간 동안 공정별 업무를 체험하며 사원들을 독려했다.

현장경영에 나선 유 사장은 이날부터 회사의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매주 실시하는 경영회의를 오전 6시30분으로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앞당기는가 하면 한달중 절반은 구미공장에서 직접 품질체크 등 생산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장기간 조업중단 사태를 경험한 오리온전기는 최근 채권단의 CRV(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체제 1년간 유예결정 이후 라인구조조정 등 고강도의 자구계획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추진계획'에 따라 노사간 회생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의 김충훈 사장도 최근 구미공장에 내려와 1천여명의 직원부인 등 가족들을 초청해 양문형 냉장고·무세제 세탁기·50인치 PDP TV 등 자사제품의 시연회를 갖고 전사원들을 동원한 전방위 영업작전에 나서고 있다.

회사의 주요 생산현장인 구미공장을 수시로 방문해 직접 경영을 챙기겠다고 밝힌 김사장은 "내가 쓰지 않는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거나 팔 수 없다"면서 "전체 사원들의 노력으로 올해 매출 2조2천억원, 경상이익 1천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LG마이크론 조영환 사장은 지난 22일 구미 공단운동장에서 LG경북협의회의 'LG배 타기 주부배구대회' 대회장 자격으로 참석,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구미시내 27개 읍·면·동 5천여명의 주민들에게 'LG 알리기'에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이 밖에 LG전자 구본무 회장은 '2003년 전자부문 사업·기술전략'에 따라 지난달 20일 구미공장의 디지털 TV 연구개발과 신제품 생산현장 점검에 나섰고, 최근 삼성과 LCD 시장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필립스LCD 구본준 사장은 일주일에 평균 3일은 구미공장에서 머물며 공격적 경영을 펴고 있다.

구미상의 곽공순부장은 "올들어 경영환경이 크게 어려워지면서 국내 최대규모의 전자수출단지인 구미공단 입주기업 CEO들이 직접 나서 영업실적을 챙기는 사례가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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