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대응체계 허술

입력 2003-05-01 13:56:26

사스 위험지역으로부터 귀국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사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나 관리 체계는 여전히 허술하다.

사스 위험국가에서 입국한 사실을 보건 방역 당국이 파악조차 하지 못하거나 시.군으로 통보된 입국자 주소가 실제 거주지와 달라 관리에 혼선을 빚는 등 행정기관의 사스 대응체계가 상대적으로 허술해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입국자관리 실태

지난 26일 중국 북경발 중국항공(CA)123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2명이 입국서류에 예천군을 주소지로 기재했으나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관계당국이 소재 추적 중이다.

30일 예천군보건소에 따르면 이날 경북도로부터 두콴잉(예천읍). 리밍규(예천읍 청복리) 등 중국인 2명의 입국자 명단을 통보받고 주소지에 현지 소재확인을 했으나 거주 사실이 없음을 밝혀내고 경상북도에 추적불가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

입국 5일째인 이들은 사스가 기승을 부리는 중국 북경에서 입국했다는 것 외에 입국목적과 사스 감염여부 등을 전혀 파악할 수 없어 빠른 신원확보가 안 될 경우 내국인 접촉자의 2차 감염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같은 외국인 입국자의 주소지 허위기재는 장기 불법체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인하기도 어렵고 일단 이렇게 입국하면 신원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안동시보건소는 지난 28일 베트남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권모(39) 이모(52)씨 등 2명에 대해 경북도로부터 입국자 명단 통보를 받았으나 소재파악 결과 이들은 안동이 본적지와 자녀의 거주지일뿐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안동시보건소는 당일 전산 조회를 통해 이들이 주소지가 경기도 부천시와 서울시 영등포구임을 확인하고 해당지역 보건소에 관리대상자 명단을 이첩했다.

한편 의성군보건소는 지난달 중국 심천에서 입국한 이모(39.여)씨 일가족 4명과 홍콩에서 입국한 초등생 2명이 지역에 거주하고 모초등학교에 단기수강 중인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점

△대구공항=검역 담당자가 3명 있고 편당 입국자가 50여명에 불과하지만 최우창 검역 담당은 "입국자는 적어도 철저한 검역을 위해서는 인력이 부족한 편"이라며 "지난 3월19일 이후 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항에는 고열 발생자가 발견돼도 임시로 격리시킬 공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사스 의심 환자가 발견될 경우 대구시 통보 및 후속조치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나 그럴 때에 대비한 격리.관리 방책도 없는 것으로 보였다.

△포항 등 경북동해안지역=사스검역을 책임지고 있는 국립포항검역소도 전문인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포항항 검역을 담당하는 인력은 전직원 14명 중 검역과장을 비롯해 모두 10명으로, 2인 5개조로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전문 검역인원은 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들은 하루 5개조로 나눠 선박 검역에 나서 하루 평균 40여명의 입항 선원들을 검역하고 있다.

검역 또한 검역질문서와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하는 수준에 불과해 체계적인 검역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4시간 비상검역체제로 돌입해 매일 신항에서 3km가량 떨어진 묘박지까지 나가 검역,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돼 자칫 사스 차단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릴 우려가 높다.

이에 따라 포항검역소는 전문인력 증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지만 아직까지 증원이 되지 않고 있다.

부산 등 대도시 검역소의 경우 공중보건의 등 전문인력이 증원돼 검역활동이 강화되고 있는데 반해 포항검역소는 아직 제외돼 있다.

박호범 검역과장은 "직원 10명이 5개조로 나눠 24시간 검역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인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조만간 증원이 이뤄지면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소=진료팀, 역학조사팀, 홍보.환자접수팀, 환자관리팀 등을 꾸려놓긴 했으나 이는 비상사태 발생 이후 운영될 체제일 뿐 현재는 1, 2명의 담당자가 전화로만 상황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대구의 한 구 보건소 경우 지난달 29일 하루 동안에만도 29명이나 중국 등으로부터 입국했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으나 관계자는 "현장 확인은 못하고 있다"고 했다.

2차 감염 대비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더욱이 보건소는 외국인 입국자 관리 명부를 따로 두지 않고 있었다.

이때문에 그들의 행선지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친인척집 등 개인 숙박장소에 머물 경우 추적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2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나 평소 방역체계를 잘 갖춰놓지 않아 방역인력 운용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스 위험지역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생활을 제약해서는 안되지만 보건당국은 2차 감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사스 공포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예천.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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