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시대 이렇게 변한다-(1)우리는 프리덤이야

입력 2003-04-30 09: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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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오후 갑자기 서울에 다녀올 일이 생긴 40대 직장 여성 김명희씨는 동대구역에서 깜짝 놀랐다.

주말 동대구역의 번잡함이 금요일에도 고스란히 이어지면서 기차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비행기표 역시 구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아니 왜이래…". 그제서야 김씨는 "아하, 주5일제!"라며 머리를 쳤다.

이미 주5일제는 우리사회의 곳곳에서 라이프 스타일까지 바꾸고 있다.

〈편집자 주〉

주5일제 근무가 생각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와 라이프 스타일을 속속 변화시키고 있다.

이미 지역에서는 금융권을 비롯하여 대구대, 경일대 등에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으며, LG그룹 계열사는 지난 2001년 하반기부터 '소리없이'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해오고 있다.

유한킴벌리 김천공장의 경우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고, 지역 관공서 직원들도 반이상이 토요일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삼성그룹이 5월부터 전격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시행키로 하면서 재계 확산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포스코도 이른 시일내에 주5일제를 시행한다는 방침 아래 노경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이 제도의 시행여부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2003년 중 '선시행, 후보완' 원칙을 밝히면서 주5일 근무의 법제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법제정에 관계 없이 실시업체와 기관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주5일 근무에 따른 여가시간의 증가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영화, 음악, 비디오, 방송, 게임 등)에는 7대 트렌드인 '프리덤'(FREEDOM)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일 우선 사고로 가족바깥으로 떠돌던 가장들이 가족과의 유대를 강화하고(Family), 돈을 많이 버는 직장보다 여가를 보장하는 직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서 휴식과 오락(Recreation)을 중시한다.

또 직접 경험해보고 만족을 느껴야 구매하는 체험형 소비(Experience)가 확산되고, 지식기반사회에 맞추어 늘어난 시간을 급변하는 사회현상을 따라잡는데 투자하는 학습기회 증가(Education)가 증가한다.

이미 우리 주변에도 낮과 밤에 두 개의 상이한 일에 종사하는 복수직업(Dual job)을 소유한 사람이 적지 않으며, 늘어난 여가시간을 자연과 더불어 즐기거나 봉사하는 야외활동(Outdoor)이 강화되고 있다.

그 외에도 백화점식 여가, 취미 활동 대신 한가지라도 광적으로 파고드는 마니아(Mania)들이 크게 증가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주5일 근무가 되면 휴일 여가를 어떻게 보내겠느냐는 설문조사 결과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응답이 전체 여가활용 계획의 43%나 됐다.

따라서 가족의 중심이 되는 가장은 주5일 근무로 과거의 '잊혀진 가장'에서 '돌아온 가장'으로 변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극장, 공연, 방송 등을 즐기고 야외(outdoor)에 나가 체험(experience)하거나 공부하고 봉사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대구은행 범어동 지점은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주말을 상당히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보내고 있다.

한주일은 사이버 연수를 포함한 학습에, 또 한주일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

다른 한주일은 전직원이 DGB봉사단원의 일원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편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주말이면 젊은층뿐만 아니라 가족동반형 관람객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직장인들이 일(work)에서 벗어나 재미와 자유를 추구하는 생활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학생이나 여성보다도 '시간이 없어서 문화생활을 못한다'던 남성직장인들의 극장을 찾는 횟수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 근로의식 및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뒷받침되지 못해 중소영세기업이나 건설업체 등은 인력수급 곤란, 인건비 상승 등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노조에서는 임금과 노동조건이 열악해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제도시행을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이를 수용하면 생산성 저하가 불가피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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