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대구적십자병원 경영난 심각

입력 2003-04-29 11:44:36

사회안전망과 공공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의료보호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구 등 전국 6개 적십자병원들은 의사부족, 환자 감소, 신규투자 부족 등의 악순환을 겪으며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다.

적십자병원의 경영난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의료보호 및 저소득층 환자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의 수준은 더욱 열악해질 수 밖에 없다.

◇운영 실태=대구적십자병원은 지난해 적자 규모가 2억8천여만원, 누적적자는 41억여원에 이른다. 병원측은 적자 경영의 원인으로 환자의 대부분이 의료보호환자란 점, 개인병.의원의 증가, 의사난, 신규투자 미비 등을 꼽고 있다.

이 병원의 의료보호 환자의 비율은 외래의 경우 60%, 입원의 경우 80%에 이른다. 의료보호 환자를 많이 받을 경우 수가가가 건강보험보다 낮고 환자 부담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익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대구적십자병원에는 다른 적십자병원에 없는 정신과병동을 운영하고 있어 수익성이 더 낮다. 정신과 입원 환자의 경우 치료비, 병실료, 약값 등을 모두 포함해 일괄적으로 월 60여만원으로 고정돼 있다.

경영에 도움이 되려면 의료보호 대상자 이외 일반 환자들도 많아야 한다. 그러나 환자들은 첨단시설과 우수한 의료진을 갖춘 개인병.의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만다.

열악한 임금 수준과 의약분업 이후 '개원러시' 현상으로 인해 의사 구하기도 어렵다. 지난 1998년 의사 수 12명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4명의 의사가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정신과, 진단방사선과 진료를 했었다. 다행히 올해는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등 모두 3명의 의사를 구했다.

의료기기도 개인 병.의원에 비해 수준이 열악하다. 지난 5년 동안 의료기기를 전혀 교체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병원 다음으로 큰 규모인 상주병원 역시 적자 경영은 마찬가지이지만 대구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2002년도 상반기 기준 적자는 7억여원, 누적적자는 49억여원. 매월 1억~2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 적자의 요인은 의료기기 리스료, 밀린 약품대금 등으로 '악성 적자'는 아니다. 공중보건의를 배정받을 수 있는 지역이어서 의사 구인난도 대도시보다 덜하다. 공중보건의 5명을 포함해 의사 수는 15명. 지난 2월 소아과 의사가 퇴직하는 바람에 소아과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

상주병원은 전 병원장의 비리사건으로 지난 98년부터 3년동안 내부 진통을 겪었으나 지금은 안정을 되찾고 있는 상태. 최근 심장초음파기기를 새로 도입하는 등 소규모이지만 시설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대구적십자병원의 생존 몸부림=공공성을 유지해가며 수익성을 높인다는 것은 쉽지만 않다. 초점은 일반 환자 유치와 수익사업 발굴에 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올해 부족한 의사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건강검진, 신체검사 사업과 장례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을 증진시킨다는 계획. 내년부터 실시되는 초.중학교 신체검사를 유치해 신체검사 수익(지난해 10억원)을 2배로 늘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장례사업 활성화를 위해 최근 장례식장을 새로 꾸몄다. 또 의료기기 교체를 위해 정부에 올해 3억원 지원을 약속받았고 이미 1억원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 대한적십자사는 정부에 3년간 200억원(대구적십자 35억원)의 예산 지원을 요청해 뒀다.

권영재 대구적십자병원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이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 안정화가 시급하다"며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의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된다"고 말했다.

◇타 지역 경영상태=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가 운영 중인 서울, 대구, 인천, 상주, 통영, 거창 등 6개 병원의 누적적자액은 2000년 358억여원, 2001년 414억여원, 2002년 상반기 441억여원 등으로 매년 불어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전국에 13개에 이르렀던 적십자병원이 현재 6개로 줄어든 사실이 이같은 경영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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