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 된다'(이병철 전 삼성회장). MBC PD 수첩은 30년간 지켜져온 삼성 그룹 '무노조 신화'의 숨겨진 뒷 이면을 파헤친다.
지난해 울산에 사는 한 여중생은 '아빠 납치된다.
경찰에 신고해라'는 갑작스런 문자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바로 삼성 계열사의 C씨가 딸에게 보낸 다급한 구원 요청이었다.
C씨는 '구조조정 반대, 노동조합 결성'등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배포했고 이 일로 회사는 C씨를 유인물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해 강제로 억류한 것이다.
지난 2000년 삼성의 또 다른 계열사에서 노조설립을 추진해온 K씨는 회사 간부의 연락을 받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20일간 끌려 다니며 끊임없는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
그는 노조 설립시도에 대한 반성의 각서를 쓰고 나서야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삼성에서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은 이같이 끊이지 않았지만 매번 무산되기 일쑤였다.
지난 3월 25일 삼성 계열사인 호텔 신라는 서울 중구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기 40분 앞서 이미 서울지방노동청에 또 다른 노조 설립 신고서가 제출되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이는 철저히 준비된 삼성측의 유령노조가 진행한 일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복수노조금지라는 현행법 때문에 노조설립은 좌절됐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98년 삼성 협력업체는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수원시청을 찾았으나 불과 5분전에 정체불명의 노조설립신고서가 제출되어 무산되었다.
그러나 관할구청에서 노조설립증을 받았다는 삼성 계열사 중에는 아예 노조사무실이 존재하지 않는 곳도 있다.
심지어 삼성의 한 계열사에서 노조위원장으로 등록된 한 직원은 자신이 노조위원장인지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삼성계열사의 문건에는 이러한 무노조 경영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조 설립신고자들에 대한 그림자 미행, 회사 인사팀의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계획, 심지어 시청.군청 등의 노무 담당 공무원들을 '삼성맨화'하기 위해 계획된 정기적인 금액 제공까지 명시되어 있다.
무조노가 아니라 비노조 경영이라고 주장하는 삼성 그룹의 노사관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이재협 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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