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만 다가오면 가슴의 통증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수험생이 많다.
이런 증상은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에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학생과 유사한 고통을 호소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소위 말하는 '고3 병'과 그들의 어머니가 앓는 '고3 어머니 병'은 현재로서는 완전한 치료가 불가능하며, 이제 이 병은 학년과 관계없이 초등학교 학생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경쟁을 피할 수 없는 현행 입시제도와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이 병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병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수험생과 그들의 어머니는 과거와 현재처럼 미래에도 계속 이 병을 앓게 될 것이다.
해마다 여러 기관의 전문가들로부터 이 병에 대한 다양한 예방책과 치료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그 해결책은 과연 없는 것일까? 역설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 땅의 모든 수험생과 어머니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누구나 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의 인식은 이 병을 치료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런 증상을 병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삶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뜻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고통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고3 병'과 '고3 어머니 병'은 어느 한 쪽의 증세가 심해지면 다른 한 쪽의 증세도 동시에 악화된다.
반면에 어느 한 쪽이 좋아지면 상대도 즉시 좋아진다.
그러므로 이 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각자의 노력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신뢰와 사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고3 병'과 '고3 어머니 병'의 원인과 그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고3 병의 원인
많은 사람들이 '고3 병'은 수면 부족과 과로 때문에 온다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수험생을 지도해 본 사람이면 근본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
'고3 병'은 육체의 피로보다는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고 기대하는 성적 향상이 제때에 일어나지 않은 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이나 좌절감이 주된 원인이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자율학습을 하다가 자정 무렵에 집으로 돌아온다.
현관에 들어설 때의 지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민의 정을 자아내며 동시에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만약에 심한 피로의 기색을 보이면 그 날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부가 잘 되고 계획한 만큼 달성을 했다면 활기가 넘치고 몸놀림이 가벼울 것이다.
현관에 들어오는 순간 극도로 지친 표정을 짓는다면 그 날 하루를 잘못 보냈을 가능성이 많다.
공부가 잘 안 되어 잡념에 빠져 시간을 낭비했거나 바르지 못한 자세로 책상에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귀가 후에도 계속 피곤한 것이다.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는 서로에게 진실하지 않다.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한다.
학생 자신도 이 문제를 어정쩡하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간섭과 잔소리,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귀찮기 때문에 몰두해서 공부하지 않았어도 공부한 척하고 그냥 넘어가 버린다.
그러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계속해서 이런 날들이 이어지면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증세가 악화되면 만성적인 피로로 이어지고 시험이 다가오면 더욱 심해져 병원에 가야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예방과 치료
성취감은 '고3 병'의 예방과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할 수 있는 만큼의 계획을 세워 반드시 실천하고 그에 따른 성취감이 누적되면 생활이 즐겁게 된다.
생활이 즐거우면 고3 병은 절로 사라진다.
하는 일에 신명이 나면 어려움을 기꺼이 참을 수 있고, 잠을 적게 자도 별로 피로를 느끼지 않게 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하는 일이 즐거우면 육체적으로 다소 무리를 해도 그렇게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고3의 나이에는 더욱 그렇다.
수험생은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변명을 한다거나 핑곗거리를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수험생활 전반에 대해 낙관하며 궁극적인 결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을 보면 가정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부모가 극성스러울 때 자녀가 소심해지는 경향이 강하다.
평소에 잘 하다가도 큰 시험에 성적이 좋지 않는 수험생 뒤에는 부모의 만성적인 잔소리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부모는 무엇보다도 자녀를 믿어야 한다.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 수험생은 더욱 의젓해지고 강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부모는 자기 자녀가 다소 못 마땅하더라도 다른 집 학생과 비교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내 아이는 내 아이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가능한 한 칭찬을 많이 해 주어야 한다.
천재를 만드는 최고의 비법은 칭찬과 격려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느 한 시험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수험생과 가족 모두의 대처 방법은 때로 최종 입시의 승패를 결정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먼저 수험생 자신은 꾸준히 노력하면 다음 시험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느긋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부모의 자세도 중요하다.
일시적인 성적의 하락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한 번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이를 평소의 생활 태도와 연관지어 나무라서는 안 된다.
다음에 반드시 만회해야 함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도 안 된다.
수험생 앞에서 다음에 성적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 보여서도 안 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데 안달하고 다그쳐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정서적 공감대 가져야
우리 주변에 고3은 황제이고 부모는 몸종인 집이 많다.
많은 고3 어머니들이 모든 일정을 자녀의 시간에 맞춘다.
그리고 스스로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다가 자녀가 기대만큼 못하게 되면 배신감을 느끼거나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대부분 수험생들은 부모가 하루 종일 자신만 지켜보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그냥 내버려두길 원한다.
부모가 극성일수록 자녀는 신경질적으로 되거나 소심해 지기 쉽다.
부모는 특히 어머니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일이나 취미에 몰두할 때 자녀들은 부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존경한다.
부자간에 혹은 모자간에 관계가 좋고 대화가 많은 집일수록 상호간에 독립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높고 각자의 일에 몰두한다.
부모와 자녀는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따지고 강요하기에 앞서 가족애에 바탕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생활의 활력과 자신감이 떨어지고 시험을 못 친 경우 등 시련과 좌절의 순간일수록 따뜻한 가족의 위로와 격려는 힘을 발휘한다.
시험이 끝나는 주말에 산이나 바다로 짧은 여행을 떠나보면 많은 것을 느끼고 새 힘을 얻을 수 있다.
◇고3은 통과의례이다
예전에도 입시는 있었고 실제로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지금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했다.
그렇다고 그 때 부모들의 관심이 지금보다 적었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부모나 자식이 고3을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당연히 겪어야하는 통과의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자녀의 수가 줄어들면서 모든 시간과 경제력을 자녀 교육에 집중적으로 쏟아 붓게 되었고, 이와 함께 온갖 문제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고3 병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이 수험생을 짓누르는 집안 분위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는 이 비정상적이고 비생산적인 교육 열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며 삶을 전체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써야 한다.
가정은 가족 구성원이 정서적 안정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내일을 위한 활력을 다시 얻게 되는 재충전의 원천이다.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보다는 그냥 따뜻한 눈길로 모든 것이 이심전심으로 통할 수 있는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 : 윤일현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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