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업재해 근로자의 날

입력 2003-04-28 11:53:15

28일은 국제노동인권단체 '국제자유노련'(ICFTU)이 선정한 '산업재해 노동자의 날'. 그러나 이날을 맞는 산재근로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재활과 권익 향상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절망감만 커지고 있는 것. 더욱이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대구 경우 재해율이 전국 평균 이상이고 산재 피해자만 매년 5천명 이상 발생, 산재근로자 재활대책 필요성이 더 절실한 실정이다.

◇재활은 빈말=붕어빵틀 제조 공장 화물차 기사였던 이규정(29.가명)씨는 1996년 10월 운행 도중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자동차가 뒤집혀 왼쪽 다리를 절단당했다.

그리고 7년이 흘렀지만 그에겐 아직도 적합한 직업이 없다.

보상금으로 장사를 하다 투자금을 몽땅 날린 뒤 택시를 운전하고 있으나 다리 절단 장애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는 "국가 보조를 받을 수 있어 택시 회사도 장애인을 고용하긴 하지만 장애인이라고 사납금 한 푼 깎아주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나이 든 산재 피해자들은 보상금으로 살면 될지 모르지만 젊은 피해자는 보상금으로 평생 살기가 힘들어 일자리를 가져야 하는데도 취직시켜 주는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구동배(28.가명)씨는 일년 전 파지 재생회사에서 일하다 프레스에 왼손을 잃은 후 원직 복귀가 힘들어 앞날이 막막하다고 했다.

구씨는 "이번 달에야 치료가 끝났으나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받던 임금이 워낙 적어 보상금도 얼마 안될 상황이지만 우리 같은 사람한테 관심 가져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전국 산업재해인 총협회 조석용 총무국장은 "산재 근로자의 70% 이상이 실업자"라며 "피해 정도에 따라 1∼14급까지 등급이 매겨져 7급까지만 연금 형태로 산재보상금이 주어질 뿐 나머지 소액 일시불 보상 산재근로자는 사실상 생계 대책을 세우기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조 국장은 또 "손가락 3개가 잘려도 9급밖에 못 받아 일당 5만원의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일시불 보상은 2천만원이 전부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매년 6천명 이상이 산재를 입고도 업무상 재해 판정을 못받아 자신의 주머니에서 치료비를 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산재 얼마만큼 나나?=대구지역에서는 지난 해 일년 동안 모두 5천143명의 근로자가 재해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 외에도 매년 수백명이 업무상 재해 판정을 못받는 산재를 입고 있어 실제 숫자는 그보다 훨씬 많다.

대구의 지난해 산업 재해율(판정 기준)은 0.95%나 돼 근로자 100명 중 1명이 재해를 입은 셈. 이 재해율은 전국 평균(0.77%)을 크게 웃도는 것이며 2000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해 대구지역 산재 근로자 중 숨진 사람은 141명이었다.

근로자 1만명 중 한해 사이 2.6명이 사망한 것. 근로자 1만명당 산재사망자 비율(사망 만인율) 역시 대구가 전국 평균(2.46명)보다 높다.

전국적으로는 매년 8만여명(지난해 8만1천911명)의 산업재해 피해자가 발생하고 그 중 2천600여명(지난해 2천605명)이 숨지고 있다.

하루 평균 9명의 근로자가 산재로 죽어가는 것. 산재 관련 단체들은 전국 산재 근로자는 100만명을 훨씬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바꿀까?=지난 해부터 근로복지공단의 위탁을 받아 산재근로자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 남구복지관 이상희 복지사는 "이들이 과거의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면 다른 직장으로라도 복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며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심리 재활프로그램이 급선무이고 그런 과정을 거친 뒤 각자 적성에 맞는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1대 1 형식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재총협회 조 국장은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산재 보상금 상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오히려 산재 근로자 재활 대책을 후진시키고 있다"며 "임금 규모를 기준으로 보상액을 산정하는 제도부터 바꿔야 이들의 자활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 정명자 차장은 "근로복지공단은 2001년부터 산재근로자 재활사업 계획을 마련, 직업 훈련과 자립점포 임대사업 등을 하고 있다"며 "산재근로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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