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방극장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프로그램은 단연 개그프로다.
특히 주말 개그 프로는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은 물론 어른들까지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개그맨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폭소가 터져 나오고 이들이 내뱉는 대사는 어느새 사회의 유행어가 되고 광고카피로 유명세는 더욱 가세된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개그맨으로 부상하면 부와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쥐는 안방극장의 스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
이처럼 개그전성시대를 맞아 개그맨 등용문인 방송국 공채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하며 개그맨의 꿈을 키워 가는 젊은이들은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기 개그맨이 되는 길은 녹녹하지 않은 게 현실.
꿈 하나만 달랑 안고 출발한 무명의 신인들은 대부분 장밋빛 탄탄대로 대신 온갖 설움과 좌절이 놓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개그맨 지망생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구과학대 개그동아리 '환골탈태'는 대학가 개그스타 산실로 손색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구과학대 연극영상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환골탈태가 결성된 것은 지난 90년. '감자'란 이름으로 출발한 환골탈태는 뚱녀 개그우먼인 신경숙을 배출한 뒤 지난 2000년 지금의 이름으로 동아리명을 바꿨다.
현재 15명인 남녀 동아리 회원들 모두 학과공부를 통해 익힌 탄탄한 연기력과 영상매체에 적응하는 타고난 감각을 바탕으로 벌써 스타의 반열에 오른 회원도 있을 정도.
환골탈태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모방송국 주최 개그동아리 선발대회에서 서울의 쟁쟁한 연극 연예전문학교 출전팀을 물리치고 대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차지하면서부터.
대회에 출전했던 당시 1학년 김시덕(21)씨는 다음해 방송국 개그맨 공채에 합격, 본격적인 개그맨 길로 나서 경상도 사투리인 '내 아를 나도'를 유행시키며 지금은 안방극장의 스타로 부상하는 꿈을 이뤘다.
환골탈태 회원들에게 김씨는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켜준 주인공이자 자신들이 가고자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과학의 날 하루전인 지난 20일 환골탈태는 대학로에서 열린 전국 과학개그 콘테스트에서 본선에 진출한 12개 대학팀을 물리치고 대상을 차지하며 개그실력을 다시 한번 전국에 과시했다.
2학년인 류창원(27), 최석주(24), 정병수(21), 김동현(21)씨 등 4명은 홈쇼핑 쇼 호스트와 모델로 각각 출연,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재미난 소품으로 과학을 소재로 개그마당을 펼쳐 보였다.
검은 우산 안에 백열등이 매달린 '다이어트 우산', 여성 브래지어에 빨대를 꽂은 '기능성 물통', 책을 펴면 못이 박혀 있어 졸음은 엄두도 못 낸다는 '졸음 방지용 책' 등 출품작은 참신함과 기발함으로 보는 사람의 웃음을 자아내고도 남았다.
외모부터 재미있게 생긴 회원들은 모두 이 분야에 대한 끼를 중·고등학교 때부터 키웠다고 한다.
컨츄리 꼬꼬의 신정환씨를 좋아한다는 정병수씨는 고교 때부터 '까불이'로 불리며 친구들을 웃겨 자신이 하루라도 학교를 빠지는 날엔 친구들이 심심해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고 자랑한다.
정씨는 나이는 어리지만 누구하고도 잘 어울리는 성격으로 인해 현재 동아리회장을 맡아 일하고 있을 정도로 회원들의 신임이 두텁다.
내성적 성격의 모범학생처럼 보이는 최석주씨는 중학교 때부터 개그프로를 보며 흉내를 낸 게 개그맨을 장래희망으로 정한 배경.
잘생긴 얼굴이지만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코믹한 표정 때문에 웃고 말게 하는 김동현(21)씨는 고(故) 이주일씨 같은 개그맨이 되고자 담배를 하루 두 갑씩 피우는 엉뚱함을 자랑한다.
부산이 고향인 손나영(22·여)씨의 꿈은 자신과 외모가 비슷한 심형래씨를 좋아한다.
바보연기를 하는 '여자 심형래'가 되고싶다는 그는 개그우먼으로 성공한 뒤 개그 기획사를 차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일주일에 다섯 번은 매일 동아리방에서 만나 개그 연습을 한다.
서로 아이디어를 내는 회의를 거쳐 배역을 지정한 뒤 리허설을 수 차례씩 되풀이 해본다.
개그콘테스트 같은 대회를 앞두고는 열흘정도 서로 호흡을 맞춘다.
류창원(27)씨는 대구 대학가에서 하나뿐인 개그동아리인 환골탈태의 특징을 끼로 뭉쳤다는 것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선배들이 동아리를 잘 다져 놓은데다 선후배들간에 서로 인상 찌푸리는 일이 없을 만큼 분위기도 제일이라고 소개했다.
연기는 물론 노래, 춤에도 일가견이 있는 회원들은 개그연습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가끔 노래방을 찾아 화끈하게 한판 놀면서 모든 것을 날려 버린다.
지도교수인 연극영상과 이상원 교수는 "개그는 아이디어 싸움이기 때문에 소재가 좋아야 하고 거기에 연기력이 가미되어야 하는데 환골탈태에 속한 학생들은 학과에서 연극 등을 배워 기본기가 튼튼해 어디에 나가도 뒤지지 않는 실력파들"이라고 제자들을 추켜세웠다.
환골탈태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진정한 개그스타가 배출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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