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도 '사스 공포'

입력 2003-04-26 11:44:20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우려해 발생국으로부터 귀국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에 대한 공포가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으나 보건당국의 대응력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귀국자 집중관리에 나서고 추정 환자 보고 의무화, 대비용 마스크 추가 지급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대비체제 자체가 워낙 허술해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위험 국가로부터의 귀국자 증가=대구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사스 위험지역'에 체류하다 지난달 28일 이후 입국한 대구지역 거주자는 지난 21일까지 모두 510명. 달서구가 112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수성구 103명, 북구 89명, 동구 60명, 남구 47명, 서구 42명, 중구 32명, 달성군 25명이다.

귀국자 수는 3월28일 6명에서 4월18일 17명, 19일 29명, 20일 47명, 21일 44명으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 보건과 관계자는 사스 위험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는 유학생, 여행객, 회사 주재원 가족, 교포, 사업가, 공단 지역 해외 출장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이 70% 가량이라고 전했다.

국립보건원은 현재 사스 위험지역 체류자들이 입국하는대로 전국 공항·항만에서 검역을 실시하는 한편 사후 관리를 위해 명단을 전국 시·군·구에 통보하고 있다.

또 시·군·구는 입국 5일 이내에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스 증상 발생 여부를 점검하고 입국 후 10일까지는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스 위험지역을 여행했거나 환자와의 접촉이 있었던 경우, 38℃ 이상 고열이 있는 경우, 폐렴 증상이 나타난 경우 사스 의심 환자로 분류하고 있으며 국립보건원은 26일 현재 전국의 사스 의심 환자는 10명이나 대구 거주자는 없다고 밝혔다.

국립보건원 방역과 관계자는 "사스의 잠복기간이 10일로 알려져 있어 입국 검역에서 이상이 없었더라도 추후 발병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광역·기초 지자체별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사스 공포=대구에서도 최근 계명대 학생 집단 발병 등으로 사스 공포가 급격히 높아졌다.

시민 이모(47·여·수성구 만촌동)씨는 "최근 계명대생들이 집단으로 발열 증상을 보였다고 해 혹시 사스가 아닐까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며 "행여 한국도 중국과 같은 상황에 빠지지 않을까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보건소 관계자들은 "조금이라도 사스 유사 증세가 엿보이면 보건 당국에 보고토록 병원들에 의무화했기 때문에 병원측이 이를 숨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계명대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집단 발열과 전신근육통 증세를 보여 진료를 받은 계명대 기숙사 학생은 26일 오전 현재 436명으로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12명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들을 진료한 동산병원 감염내과 김백남 과장은 "단순한 감기라고 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사스라는 의심에도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며 "이들중에 중증 환자는 없어서 이미 퇴원시켰거나 27일까지 모두 퇴원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악화되자 대구시내 각 병원·보건소 등에도 관련 문의가 많아졌다.

수성구 보건소 관계자는 "사스 위험지역에 여행·출장 가려는 시민들의 안전성 확인 전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최대한 자제토록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최근엔 병원들에서 사스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견됐다며 2차례 문의해 왔지만 기관지염과 바이러스성 감기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당초 각 구·군에 10개씩 지급했던 사스 대비용 마스크를 최근 20개씩 추가 지급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사스 대응체제 부실=보건복지부는 25일 긴급 전국 보건소장 회의를 소집하는 등 사스 대책에 부심하고 있지만 전담기관 설치 어려움 및 검역 인력·장비 부족 등의 문제로 대응력에 한계가 있다고 답답해 하고 있다.

국립보건원의 경우 방역과 한 곳에서 12명의 직원이 신종 전염병, 에이즈, 결핵, 생물테러 등 업무를 모두 맡고, 사스 대응반원은 4명에 불과하다는 것. 전국 역학조사관도 36명뿐인 실정이다.

대구시의 역학조사관은 1명에 불과하며 각 보건소에도 담당의사 및 검사요원 각 1명 등으로 대응반을 편성해 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질병관리청(CDC) 국립보건원(NIH) 등에서 300여명의 인력을 차출해 사스 긴급대응팀을 구성했다"며 "전세계적으로 최근 30년간 20종의 신종전염병이 발견되고 세계화로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아진만큼 사스 등 신종 전염병에 대비한 미국식 질병관리본부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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