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을 가도 산과 들에 피어있는 꽃 이름을 묻는 학생이 거의 없습니다.
묻는다 해도 대답할 수 있는 선생님도 별로 없고요". 한 초등학교 교사의 얘기다.
학생들의 자연생태에 대한 무관심과 환경 이론·지식을 현장에 적용시키지 못하는 교사들이 많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교육·환경 당국과 지자체들의 환경교육에 대한 관심과 정책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학생들이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제대로된 기회도 별로 없고 체계적인 시스템도 없다.
최근 환경부에서 환경보전시범학교를 운영하는 등 체험교육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현장교육은 여전히 '뒷방 마님' 신세다.
또 학교마다 연간 몇 차례 체험학습 시간을 갖고 있지만 이마저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환경교육 실태
교육인적자원부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 환경교육 방침을 이론 중심에서 실천을 생활화 할 수 있는 체험학습 중심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선 아직 크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들은 주당 1, 2시간 주어진 재량활동시간을 이용, 연간 2, 3차례 정도 현장체험학습이나 환경시설 견학을 하지만 수백명이 한꺼번에 갔다오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갈곳도 마땅찮다.
견학이라고 해야 정수장, 위생처리시설 등을 벗어나지 못한다.
환경관련 연구·교육 프로그램도 별로 없다.
최근 선정된 교육청 교과교육연구회 공모 프로그램 200개 중 환경관련 분야는 1개에 불과했다.
파급효과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에도 환경교육 관련 프로그램이 없다.
다만 환경부의 환경보존시범학교로 지정되거나 교육청의 환경체험학교로 선정된 학교 등이 그나마 과외활동으로 현장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정도다.
이때문에 환경·시민단체나 교사들이 자체 모임을 만들어 청소년대상 체험교육을 대신하고 있다.
교사들의 모임인 '환경을 생각하는 전국 교사모임(환생교)'의 체험환경 프로그램과 환경운동연합의 청소년 대상 '꾸러기 탐사대', '푸르미자연학교' 등이 현장체험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교사를 대상으로한 현장체험 교육연수 프로그램도 부족, 교사 스스로 현장교육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엔 별다른 환경관련 연수계획이 없다.
환경단체인 영남자연생태보존회가 개설한 '교사들을 위한 생태교육연수'가 고작이다.
대구시교육청 신병현 장학관은 "환경체험교육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소규모 생태체험학습 등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환경관련 전공자를 교사로 채용하고 학교에 소규모 과외체험학습도 계속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적 감수성 배양을 위한 교육
"자연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지식보다 먼저 생태·자연에 대한 감성을 길러줘야 합니다.
감수성이 없으면 꽃과 잔디 등을 밟아도, 땅을 파헤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지요".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인 임성무 교사는 학생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주는 것이 환경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오염 등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어릴때부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연과 벗하며 공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생태체험학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생태적 감수성을 배양할 수 있는 환경교육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했다.
임 교사는 "전문 가이드의 지도를 받으며 잘 가꿔진 자연학습장에서 학습을 하면 좋지만 학교 담 벼락 밑의 화단도 좋은 환경체험학습장이 될 수 있다"며 "교실에서만 나오면 어디서든 체험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화단의 꽃과 풀, 교정의 나무 등에서 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교정에 있는 나무 이름, 특징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공부하는 것도 생태교육이라는 것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쑥, 돌나물, 씀바귀, 냉이 등 식용으로 사용되는 꽃이나 풀, 나물 등을 직접 찾아보고 이름을 아는 것도 체험학습이다.
체험학습은 교과서를 통해서만 배웠던 지식을 현장에서 직접 찾아보고 확인하는 '발견학습'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현장학습은 각종 교과시간을 통해서도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과학은 물론 도덕, 국어, 사회, 지리 등 모든 교과가 환경 체험과 관련돼 있다.
과학교과의 자연 및 생물, 생태 관찰 단원과 국어교과의 글쓰기 수업을 연계할 수도 있고 미술시간과 함께 할 수도 있다.
체험학습은 물론 자연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하기엔 빡빡한 교육일정 등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고 했다.
한 초교 교사는 "교과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 교실을 나서기가 힘들다.
수업후 학원에 가야한다는 학생들의 성화로 과외활동은 커녕 청소시간도 부족할 정도"라고 했다.
◇제대로된 환경교육 필요
"환경교육을 얘기하면서 체험 학습을 하지 않는 것은 인성교육을 한다면서도 도덕책만 읽으라는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양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한번을 하더라도 제대로된 현장체험학습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수업이나 재량활동, 체험학습 시간, 동아리 활동 등 주어진 기회만이라도 잘 활용하면 효과적인 자연체험학습이 될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선 선진국들처럼 지역 생태자원을 적절히 활용한 자연학습장, 자연센터 등을 가꾸고 생태체험 전문 강사를 채용, 실내학습과 현장체험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 등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체험학습 코스도 개발해야 한다.
이는 교육부·교육청·학교 등 교육 당국만의 일이 아니라 지자체와 시민·환경단체 등 지역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또 환경체험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선 수백명씩 몰려가는 '떼거리 학습'이 아닌 '소규모'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전학년이나 한학년이 집단적으로 나가게 되면 체험학습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교사의 생태적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교사 대상 체험학습 연수교육이 확대되야 한다.
교사에게 환경 마인드와 생태적 감수성, 전문성이 없으면 학생들에게 체험 교육을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의 재량활동시간 활성화는 물론 환경 동아리 활동과 환경·시민단체 등의 생태기행,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적극 활용해 학생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생태 환경 전문가들의 활동이 활발한 만큼 이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져야 한다.
환생교 오창길 사무국장은 "지금의 현장 체험학습 수준은 1970년대 소풍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입시위주의 현 교육현실에서 환경교육, 특히 현장학습에 관심을 갖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만큼 더욱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 확대에 노력하고 사회적 관심과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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